습관을 생각함 

 

                           -윤제림

 

 

 

친정에 다니러 온 딸과

엄마가 마루 끝에 나란히 누워

서로의 얼굴에 부채질을 한다

치우지 못한 여름 습관이다.

 

무슨 이야기 끝인지 한 사람이 운다

나쁜 습관이다

 

오래 울진 않는다

해가 짧아졌구나, 저녁 안쳐야지

부채를 집어던지며 일어선다

엄마의 습관이다

 

가을이다.

 

 

**

 

바람이 잔뜩 성이 난 모양이다.

누가 11층까지, 아니 25층까지 만들어놓으랬냐고 골을 내고

투덜대며 올라오니 소리가 시끄럽다.

거 참 점찮지 못하게.

한 마디 하는 화분을 냅다 집어 던지는 몽니까지 부리는 걸 보고서야

나는 문을 닫았다.

하루 새에 가을이 왔구나.

인식하는 순간,

울컥 눈물이 난다.

 

습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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