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을 생각함
-윤제림
친정에 다니러 온 딸과
엄마가 마루 끝에 나란히 누워
서로의 얼굴에 부채질을 한다
치우지 못한 여름 습관이다.
무슨 이야기 끝인지 한 사람이 운다
나쁜 습관이다
오래 울진 않는다
해가 짧아졌구나, 저녁 안쳐야지
부채를 집어던지며 일어선다
엄마의 습관이다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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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잔뜩 성이 난 모양이다.
누가 11층까지, 아니 25층까지 만들어놓으랬냐고 골을 내고
투덜대며 올라오니 소리가 시끄럽다.
거 참 점찮지 못하게.
한 마디 하는 화분을 냅다 집어 던지는 몽니까지 부리는 걸 보고서야
나는 문을 닫았다.
하루 새에 가을이 왔구나.
인식하는 순간,
울컥 눈물이 난다.
습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