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 不惑, 혹은 부록 附錄 

 

                            - 강윤후

 

마흔 살을 불혹이라던가

내게는 그 불혹이 자꾸

부록으로 들린다 어쩌면 나는

마흔 살 너머로 이어진 세월을

본책에 덧붙는 부록 정도로

여기는지 모른다

삶의 목차는 이미 끝났는데

부록처럼 남은 세월이 있어

덤으로 사는 기분이다

봄이 온다

권말부록이든 별책부록이든

부록에서 맞는 첫 봄이다

목련꽃 근처에서 괜히

머뭇대는 바람처럼

마음이 혹할 일 좀

있어야겠다

 

**

 

밥통을 닦아서 물기를 없애려고 뒤집는 순간

손목이 시큰거린다.

오른손잡이라고 이놈만 마구잡이로 부려먹어서 그런가보다.

손가락도 마디가 더 굵고 쪼글쪼글 주름도 더 많이 잡혀있다.

가련한 것!

친구들끼리 우스개소리로 종합병원 다 됐다고 하곤 하는데

요즘엔 진짜로 고장나는 데가 늘어났다.

부록으로 살고 있어서 그런가.

누가 찢어서 딱지로 만들기 전에

오공본드 듬뿍 발라서 본 책에 단단히 붙여야겠다.

우선 손목에 파스 한 장 발라주고

그 다음에 가야 할 병원이 어디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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