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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새는 울지 않는다 ㅣ 푸른도서관 46
박윤규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그때 우리는 아무 것도 몰랐다.
남쪽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도 없고 알지도 못할 그 무렵, 종교시간에 들어오신 신부님께서 넌즈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알려주셨지만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아니, 우리는 모두 믿지 않았다. 설마. 우리나라에서 그런 일이?
믿고 싶지 않은 일들이 모두 사실이라는 걸 알게 된 건 그뒤 일이었고
우리 눈을 가린 베일을 거둬냈을 때 보인 진실들에 경악했다.
그리고 선배들이 가르쳐주는 소위 운동권노래들을 배워갔다.
아이들은 어리니까 이해할 수 없다고 지레짐작하는 건 어른들의 착각이다.
제대로 설명해줄 수 있다면 아이들도 충분히 이해하고 나름대로 생각할 줄 안다.
반찬을 놓아주고 직접 먹여주기까지 하는 게 익숙해서,
혹은 사랑이라는 허울좋은 이름으로 포장해서, 아이들을 망치고 있다는 걸 모른다.
그애들도 스스로 숟가락질을 할 수 있다. 방법만 제대로 알려준다면.
그래서 아이들도 사실을 알아야 한다.용산 사태도 그렇고,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도 그렇고
4대강의 진실도 그렇고, 광주항쟁도 그렇다.
방송에서 보여준 단편적인 이야기들만으로는 설명하기가 곤란한 부분들이 많은데
이 책은 방울새 입을 빌어 광주항쟁을 그대로 보여준다. 너무 고맙다.
아프고 괴로운 역사도 알아야 한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 비판도 수용도, 나아감도 없다.
방울이나 민혁이가 있던 바로 그 자리에 최루탄 가스를 마시며 방울새 눈으로 보는 광주항쟁은
아프고 괴롭지만 눈 똑바로 뜨고 지켜봐야할 역사다.
운장 선생이나 방울이가 풀어내는 판소리가 장면장면과 너무나 어울려서 소름이 끼쳤다.
<춘향가>나 <적벽가>가 이리도 스산한 대목이 있었던가...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도 사투리거니와 대목마다 포진한 판소리가 마음을 잡아 끈다.
그저 자료로 군데군데 찾아 넣은 글이 아니라 소리로 살아 숨쉬는 건
작가가 판소리를 배우는 걸 마다하지 않은 정성 때문이리라.
그 일이 벌어질 때 아무 것도 모르고 살았던 한 사람의 어른으로 아이들에게는 참 부끄럽지만
이 책 덕분에 사실을 쉽게 이야기해줄 수 있어서 한시름 덜었다.
부디 같은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많은 어른과 아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