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최성각. 내가 참 좋아하는 작가다. 엽편 소설의 경쾌하고 짜릿한 맛을 알게 해준 <택시 드라이버>나 거위 두 마리와 함께 하는 멋진 감동을 그대로 전해 준 <거위, 맞다와 무답이>로 팬이 되어버렸다. 그런 그가 독서잡설이라는 책을 내놓았다 했다. 표지 사진이 참 인상적이다. 독서란 이렇게 편안한 자세로,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라는 걸 온 몸으로 말하는 사진. 서평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책 치고 재미있는 게 드문데 이 책은 술술 잘도 읽힌다. 글이 워낙 맛나기도 하지만 그의 추억을 함께 하고 있으니 내가 개인적으로 참 친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내내 절망이 나를 지배했다. 그가 정말 감동적으로 읽었다고 이야기하는 책들 중에 읽은 거라곤 딱 6권밖에 없었다. 도대체 무슨 책을 읽으면서 산 거냐! 그러나, 모든 것에 후회는 할 수 있어도 때늦은 시작이란 건 없다고 믿는 요즈음의 나는 얼른 절망을 지우고 그 자리에 새로운 도전에 대한 즐거움을 넣어두었다. 장바구니에 쌓이는 책도 더불어 많아진 건 물론이다. 독서라는 건 모름지기 이래야 하는 거 아닐까? 한 권을 읽으면서 새로운 가지를 뻗쳐 다른 책으로 영역을 넓히는 재미가 있는 것 말이다. 뒷부분에 집중적으로 배치되어 있는 환경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암울해서 돌을 매달고 걷는 것처럼 무거웠지만 거울을 통해 본 내 얼굴이 못 생겼다고 해서 외면하고 살 수 없는 것처럼 내가 만든 환경이고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부록에 실린 '우리 시대 환경 고전 17권'과 '다음 100년을 살리는 141권의 환경책' 을 다 읽을 수는 없겠지만 읽고 다른 이들에게 권하다보면 나서서 환경운동을 할 수는 없다 쳐도 인식이 바뀌는 계기는 될 수 있을 것이다. 6명만 건너면 다들 아는 사람이라고 하던데 각자 한 명씩에게 환경에 대한 좋은 책 한 권만 건네도 무려 6명이나 그 책을 읽는 셈이니 괜찮은 방법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잘 쓰여진 문학 에세이를 읽는 것 같다. 더럽고 냄새나는 산업문명에 오염된 하늘 밑에 벌레들이 반드시 읽어봐야 할 한 바가지 석간수 같은 글들이다. '삶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막막한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하늘 밑에 벌레라면 꼭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중략) '환경운동을 하는 글쟁이'라고 스스로 낮추고 있지만 최성각은 사상가이다. 이 기절초풍하고 혼비백산하는 정신의 대공황시대에 한 점 등불 든 생명사상가인 것이다. 소설가 김성동이 쓴 넘치는 추천사에 작가는 기겁을 했다지만 나도 100% 공감한다. 첫 번째 바구니에 넣어두었던 책이 도착했다. 이보 안드리치<드리나 강의 다리> 디 브라운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 전시륜 <어느 무명 철학자의 유쾌한 행복론> 이 책을 읽고난 뒤 작가가 쓴 부분을 다시 읽어보면 나는 그와 먼 거리를 떨어져 앉아도 독서토론을 하는 느낌이 들 것만 같다. 벌써부터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