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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망매가 ㅣ 달리고학년동화 7
강정규 지음 / 달리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많은 이들이 문학을 하는, 혹은 연습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필사를 들곤 한다.
내가 아름다운 문장을 쓰지 못할 바에는 멋지게 잘 다듬어진 완벽한 문장을 베껴 써봄으로써
그 기운과 그 아름다움조차 내게로 옮아오기를 소망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손으로 그 느낌을 익혀 글을 눈으로만 좇던 일에서 더 나아가 생각을 하게 하고
내게도 그런 문장이 손끝에서 춤추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나도 필사를 한답시고 몇 권을 써 본일이 있지만 손으로 해야 마땅할 것을 알면서도
팔도 아프고 글씨도 엉망이라는 핑계를 들어 컴퓨터 자판을 톡톡 두드리는 얄팍한 짓을
해놓고 스스로 뿌뜻해 했던 어리석은 시간들이 떠오른다.
<제망매가>를 끝까지 다 읽고 앞으로 돌아가 다시 작가의 말을 읽었다.
제자들의 주례사를 대신해 한 자 한 자 흐트러짐 없이 고린도전서 13장을 옮겨 쓰신다는
그 말씀을 읽는다.
먹물이 번져 버려야 했던 수 많은 종이들과 호흡마저 가다듬고 단정한 자세로 쓰실
그 모습이 떠올라 나는 많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 이야기를 잃어버리고 있는 세대에 동참하고 있는 내가 또 부끄러웠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인 전래동화.
집마다 전집으로 빽빽하게 책장을 장식하고 있지만
정작 이야기를 들려주고 듣는 풍경은 사라져버렸다.
대가족이 해체되면서 이야기를 들려주던 할머니, 할아버지는 먼 곳에 사는 분들이 되고
같이 사는 엄마, 아빠는 바쁜 사람이 되어 테이프나 CD가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앉아있으니
아이들은 뭐가 궁금해도 그냥 들어야 하고
어른들은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라고 물어보는 반짝이는 눈을 볼 수도 없다.
우리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도 이렇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가 남아있을까?
<제망매가>에서는 이렇게 이야기를 전해주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살아나 있어서 너무 반가웠다.
1부와 2부에서는 '사람은 그저 땅바닥에 발 붙이고 살아야 하는데' 발전이라는 탈을 쓴 채
사람이나 짐승을 귀한 줄 모르고 살아가는 방법마저 잃어버린 사람들을 질타하고 있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마음 둘 곳도 없는 이들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도 크다.
그래서 3부에서는 힘들고 어려웠어도 따뜻한 마음이 살아있던 옛날로 돌아간다.
억지로 행복한 체 하지 않아도 충분히 따뜻하게 살았던 그 시절을 떠올려보면서
우리가 잊은 게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보라고 넌지시 얘기하고 있다.
'오냐, 내 다 안다. 늬는 낭중에 성공혀서 훌륭한 사람 되거들랑 남의 가슴 아프게
허는 일은 허지 말그라'- <엿>-
'일을 해야 밥이 입으로 들어온댔구나' - <대추나무>-
그들의 입을 빌어 우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아닐까.
사람 숨결이 그대로 살아있던 그 옛날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그 마음으로 돌아간다면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이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숭배하며 사랑하던 순박한 사람들과,
노력한 만큼 거둘 수 있다는 잃어버린 진리를.
<제망매가>는 우리가 잃어버린 모든 것들을 위한 위령제는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