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길고양이 - 제8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미래의 고전 21
김현욱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제8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처음 보는 음식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 편협한 식습관을 가진 내가

일곱 가지 새로운 음식을 기분 좋게 시식한 느낌이 들었다.

서로 다른 맛을 지닌 일곱 개의 단편들.

특히 표제작인 <도서관 길고양이>는 아주 색달랐는데

처음에는 곰곰한 냄새가 나는 듯 하더니 마지막 장에 이르러

상큼하고 달콤한 귤 냄새로 바뀌어 못마땅해하던 내 코도 벙글거렸다.

 

푸른문학상은 딱 한 명만을 뽑아서 상을 주는 게 아니라

우수한 작품이 많을 때에는 이렇게 무더기로 7명을 뽑기도 해서 아주 마음에 든다.

 

<겨드랑이 속 날개>는 문제아로 손가락질을 받는 6학년 현욱이가

폐암에 걸린 아버지와 함께 내려가 분교에 다니게 되면서 변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매주 시 한 편씩을 읽어주시는 선생님과 편견없이 현욱이를 바라보는 아이들 덕분으로

까칠하던 현욱이도 숨겨두었던 날개가 돋아나기 시작한다는 내용인데

군데군데 등장하는 시들을 맛보는 즐거움도 아주 좋다.

 

<일곱 발, 열아홉 발>은 아파트 쓰레기 수거함 설치 문제로 어른들이 싸우니까

덩달아 싸우게 되는 지연이와 현주를 통해 자신의 이익만을 좇는 어른들의 야비함이

고스란히 드러나 씁쓸해지는 작품이다.

 

<도서관 길고양이>는 책 읽기를 싫어하는 다미가 방학동안 사서인 엄마를 따라

도서관에 일주일동안 다니게 되면서 만난 길고양이에게 마음을 빼앗겨

먹을 것과 잠자리를 주기 위해 도서관 창문을 열어놓는데

결국 매일 아침 풍기던 냄새의 주인공은 고양이가 아니었고

다미는 책을 읽을 결심을 하게 된다. 산뜻하게 바뀌는 결말이 참 좋다.

 

<대장이 되고 싶어>는 가장 심심한 이야기지만 아이들의 심리 상태가 돋보이는 단편으로

자꾸만 공주로 변신하려는 동생 지유와 함께 엄마 라는 보물을 찾으러 가는

짧은 동안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엘리베이터 괴물>. 3학년이나 되었으면서도 엘리베이터를 혼자 타지 못하는 영민이가

같이 다니고 싶은 친구 준호를 구해주면서 둘이 같이 엘리베이터 괴물을 물리치기 위해

열심히 주문을 외는 모습이 귀엽다.

갇힌 공간을 숨막혀하는 내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주문을 같이 외우기로 했다.

"마시라, 구린똥말린똥물똥된똥! 괴물아, 달아나라! 똥가루 퍼붓기전에, 얍!"

 

<슬픔을 대하는 자세>는 아빠를 잃고 생활이 변해버린 정우와 정민이.

엄마가 하시는 분식집을 홍보하려고 상자를 뒤집어쓰고 열심히 춤을 추는 정우와

화를 내며 투덜거리는 정민이를 대비시키면서도 결코 어느 쪽이 좋다고

강요하지 않는 방관자적인 작가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하늘에 세수하고 싶어>는 새 엄마를 맞이한 사춘기 소녀 민주와 새엄마가 된

미스 박 아줌마의 알콩달콩한 일상을 그렸는데 고양이와 강아지 덕분에

다시 하나로 맺어지는 상쾌한 시트콤 한 편을 본 기분이 든다.

 

단편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한 편, 한 편 음미하면서 읽었다.

우리 곁에 있지만 쉽게 보지 못하는, 혹은 보면서도 형상화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찾아내고 다듬고 새롭게 만든 눈 맑은 일곱 명의 작가들이 내놓을 새로운 이야기들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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