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부인이 꽃을 사러 들어갔다가 발견한 거울에서 <백설공주> 연극을 하던 어린시절로 돌아가고, 다시 꽃집 주인의 말에 현실로 돌아오는 구조는 지극히 평범한 것이지만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은 아이의 마음과 그 아이에게 쉽게 해줄 수 있는 칭찬 대신에 조금 더 성장하기를 바라는 속 깊은 아버지의 사랑이 대비되어 나타나 마음 따뜻하게 해주는 동화다. 연극을 하는 친구들 중에 자신이 제일 잘 한다고 믿으며 주인공을 꼭 하고 싶어하는 희주와 백설공주가 정말 잘 어울리지만 아무 역할이든 주어진 것이면 다 괜찮다는 나래, 아무런 조언도 해주지 않는 아버지가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까지 이야기가 중심 내용인데 어른의 시각에서 보는 희주가 아니라 아이 희주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당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잘 나고 똑똑합니다'라고 말해주는 거울을 마음속에 지니게 되면 남에게 감동을 주는 참다운 그 무엇을 만들어 낼 수가 없게 된단다. 책을 읽고난 뒤에도 이 말이 계속 가슴에 남아 있다. 어찌 보면 내가 잘났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자신감이 되어 무엇이든 이루게 해줄 것 같은데 작가는 이런 마음들이 자만심으로 흘러가는 걸 경계하라는 충고를 던지고 있다. 내 거울을 들여다본다. 하루 중에 얼굴을 들여다 보는 일이 그닥 많지 않은 나로서는 화장할 때가 아닌데 이렇게 거울을 본다는 일 자체가 드문 일이다. 감식하기는 딱 좋게 여기저기 묻어있는 내 지문들로 거울이 뿌옇다. 휴지를 꺼내 거울을 닦고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내 마음속에 있는 거울이 궁금해진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그거야 두 말 할 것도 없이 바로 너야. " 내 거울은 솔직하게도 이런 낯 뜨거운 말을 던지려고 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렇게 말하는 걸 나는 듣는다. "너는 하루하루 충실하게 사는 게 예뻐." 내 거울도 거짓말쟁이는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