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 - <파우스트>에서 <당신들의 천국>까지, 철학, 세기의 문학을 읽다
김용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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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때 활동했다는 전기수가 다시 튀어나와 내게 13권의 책을 읽어 준 느낌이다.
작가 김용규는 이미 <철학통조림> 시리즈로 내 사랑을 듬뿍 받은 철학자인데, 쉽게 쓰는 것도 마음에 들지만 탁월한 문장도 일품이다.

책을 읽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주로 이야기의 매력에 빠지는 일이 잦아 거기 담긴 주제는 보이지 않을 때도 있고, 보인다고 해도 수박 겉핥기 식으로 혀끝만 살짝 내밀어 맛을 보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아주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뭐, 꼭 책을 읽고 깊이 생각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이런 식의 책 읽기도 참으로 재미있다는 걸 다시 알게 해줬다는 의미에서 또 한 번 김용규의 열렬한 팬이 되기로 결심했다.

 

 존재란 오직 '공동존재(共同存在, le co-esse)'를 통해서만 자신을 드러내기 때문이지요. '나의 존재를 인정해줄 너', '너의 존재를 인정해줄 나', 즉 '우리'라고 부를 수 있는 상호적 관계의 공동체 안에서만 존재의 의미와 가치가 비로소 드러난다는 말입니다. (130쪽)

 

 처음부터 끝까지 감탄을 하면서 읽었지만 책을 덮은 지금도 기억나는 말이다. <변신>과 <삼포로 가는 길>, 그리고 영화 <집으로>에서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음을 설명하면서 꺼내놓은 말인데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깨달음이라고 표현해두자. 그래서 내가 나인 것을 드러내줄 수 있는 수많은 '너'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사랑이 충만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상당히 이기적인 생각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이토록 절실하게 와닿는 경우가 또 있을까? 철학자이면서도 문학에 깊은 조예를 가진 작가의 방대한 지식을 훔쳐보면서 샘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철학자들의 의견은 물론이고, 그것들을 걸러낸 작가의 체계잡힌 생각들, 수많은 문학작품과 영화들, 내 선입견이겠지만 작가가 절대로 안 읽을 것 같은 정호승의 시까지 등장을 한다. 공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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