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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별 세트 - 전3권 ㅣ 푸른숲 어린이 문학
이현 지음, 오승민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인상깊은 구절
식물들도, 동물들도......,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똑같이 아름답고 소중하지.
그렇지만 말이다, 인간이란 존재는 아주 독특해. 꿈을 꾸거든!
같이 읽으면 좋은 책
- 아이로봇 -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로봇이 인간이 될수 있을까 - 피터 케이브 지음 |남경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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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내일은 오늘보다 더 재미있을 거라고 믿는다'는 작가의 말이 자꾸만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래, 이런 사람들이니까 멋진 동화를 쓰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모두 내일을 위해서라고, 내일을 위해서 지금은 모두 조금씩만 참자고 아이들에게 다그치는 것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현재를 즐기되, 내일은 좀더 즐거운 일들이 생길 거라고 믿는 희망적인 태도! 많이 고치긴 했으되 여전히 비관적인 부분이 10%쯤 남아 있는 내게는 엄청나게 부러운 일이다.
2004년 1월 25일, 화성에서 생명의 흔적을 찾는 게 임무인 오퍼튜니티라는 지능형 로봇이 지구에서 파견되었다. ...스스로 배우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전자두뇌를 가진 로봇. 그리고 육년 째 착실히 임무를 수행하면서 여전히 화성을 탐사하고 있다고 한다... '로봇 과학자 한스 모라벡은 인공 지능 로봇을 이렇게 불렀다. 마음의 아이들이라고, 인간의 마음을 물려받은 아이들이라고. 나로와 아라와 네다는 내 마음의 아이들이다. 내가 꿈꾸는 그 어떤 마음을 물려받은 아이들이다.'(작가의 말 중에서)
이렇게 탄생한 NH-976 모델인 아라, 나로, 네다는 똑같은 모델이 세 대밖에 없는 명품으로 아시아계 인간 여자아이랑 똑같은 외모, 뛰어난 전자두뇌의 성능을 자랑하지만 각각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인간 엄마와 행복하게 살아가는 나로, 세계 최고의 로봇 회사 로보타 회장 피에르가 직접 키우는 아라, 도담이가 태어난 기념으로 도담엄마에게 팔려간 네다. 여덟 살의 외모를 가진 어린 여자아이들.
세 아이들의 삶이 교차적으로 보여지는 게 아니라 한 권에 하나씩 할당되어 그들의 삶이 다르면서도 결과적으로는 같은 삶을 산다는 것을 보여주는 구성이다.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로봇의 3원칙이 공개되는데 무척 실망스러웠다.
모든 인공지능 로봇과 컴퓨터에게는 반드시 로봇의 3원칙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 로봇의 3원칙은 아래와 같다.
하나, 로봇은 인간을 해칠 수 없다.
둘, 첫째의 경우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
셋, 첫째와 둘째의 경우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자기 자신을 지켜야 한다.
이거야 원. 이건 아이작 아시모프가 이야기한 걸 그대로 베껴왔구만! 짜증스러움이 치솟았다. 꼭 따라 해야만 하는 걸까? 새로운 걸 생각할 수는 없었던 거야? 혼자 작가에게 마구 퍼부어댔는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흥분은 가라앉았다. 작가 스스로가 그곳에서 비롯되었음을 밝힌 까닭이며, 이 3원칙을 그대로 가져올 수밖에 없었음이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자유를 외치며 로봇의 별을 찾아가는 이야기는 많은 이야기들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서, 좋게 말하면 찾는 즐거움을 주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어디선가 본 듯한 것들이 춤추며 돌아다니는 것을 보게 된다. 로봇의 3원칙을 제거하는 데 사용된 노래는 비틀즈의 'YELLOW SUBMARINE' 로봇들을 통제하는 슈퍼 컴퓨터의 이름도 '노란 잠수함', 로봇의 별을 운영하는 지도자는 '체'인데 베레모를 삐딱하게 쓴 모습은 딱 '체 게바라'를 연상시킨다. 지구와 달, 화성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책임지수에 따라 등급이 나뉘는데 책임지수란 자신을 위해 돈을 얼마나 쓸 수 있느냐는 것으로. 알파인, 베타인, 감마인, 델타인으로 나누는 것은 역시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닮았다.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 계급에서 마지막 한 가지를 뺀 것이다. 게다가 곳곳에서 영화 '매트릭스'를 떠올리게 한다.
아, 물론 '비틀즈'나 '체'가 등장한 것은 향수를 자극한다는 의미에서 재미있다. 돈을 쓸 수 있는 것으로 계급을 나눴다는 것도 지금 우리의 모습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 같아서 고개를 끄덕이게 했지만 계급의 이름이 똑같은 것은 역시 마음에 안 들었다. 좀더 독창적이었다면 훨씬 매력적인 작품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투덜댔지만 한 자리에 앉아서 다 읽을만큼 흡인력이 있는 작품이다. 과학 발전과 인간다운 삶의 적절한 균형을 두고 우왕좌왕하는 우리에게 진지하게 고민해보라고 옷자락 잡는 작가의 손이 느껴진다. 이것을 계기로 훌륭한 SF 문학이 마구 쏟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