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 이야기 인물로 보는 우리 역사 5
박윤규 지음 / 보물창고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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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쪽에 달하는 방대한 양에도 불구하고 (물론 들고 다니며 읽기엔 너무 무거운 게 유일한 흠이었지만)

유려한 문장과 자료 수집의 꼼꼼함을 알게 해주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를 사로잡았다.

시와 소설, 동화까지 두루 섭렵하는 작가의 역량이 유감없이 발휘된 책으로

월명사부터 신재효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풍미했던 예술가들의 삶을 눈으로 보듯 명확하게 드러내준다.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써내려간 책은 조금 어린 친구들에게는 부모들이 직접 읽어주기도 편하다.

사진자료가 더 풍부했으면 좋았겠지만 나중에 이 책을 기점으로 삼아 인물들을 깊이 파고 들게 되면

그런 자료들을 보는 것도 어렵지 않을 터이니 굵은 가지를 뻗어나가게 할 기둥으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다.

 

월명사, 김대성, 균여, 정지상, 이규보, 김시습, 황진이, 신인선, 한호, 허균, 김홍도, 김병연, 신재효

시와 그림, 이야기와 연결지어 외워야만 했던 시험지 속에서 인물들.

그들이 문제지에서 걸어나와  여기에 살아 숨쉬고 있다.

무엇보다도 어릴 때 아주 궁금해했던 질문에 대답을 찾아 혼자 얼마나 신이 났었는지.

승려란 머리를 깎고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 불도를 공부한 사람만 가리킨 게 아니라

월명사나 균여, 유정, 사명대사 같은 이들처럼 우리 겨레의 전통 수련법을 공부하던 이들이 많았다는 것,

그래서 최치원이 그것을 일러 삼교(불교, 유교, 도교)의 근원인 현묘지도라고 했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궁금하기만 할 뿐 어디서도 대답을 들을 수 없었던 것을 찾으니 속이 다 시원할밖에!

 

예술은 그 시대의 문화가 종합된 단면도라고 할 수 있어. 예술가들이 온몸과 정신을 태워 남긴 보석이지.

그 결과물인 작품이 역사의 증언과 증거가 되고, 오늘날 문화재가 된 거야. 그 작품을 통해 우리는 그들이 가려고 했던,

혹은 만들려고 했던 세계를 상상해볼 수 있지. (시작하는 글에서)

 

어릴 때 읽었던 40권짜리 위인전이 생각난다.

한결같이 기묘한 탄생신화로 시작되어, 신기한 일들이 줄줄이 이어지는 그 위인전을 나는 판타지소설을 보듯 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는  덧씌워진 베일들이 사라지고 진솔한 삶들을 이야기하는 인물이야기로 바뀌고 있어 다행이다.

이 책은 딱히 인물이야기는 아니지만 아이들에게 황진이나 정지상, 이규보, 신재효 같은 이들의 구체적인 삶에

호기심을 갖게 할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더불어 역사적인 배경에 대한 호기심에 불씨를 일으켰다는 것도!

 

지금도 어딘가에서 자신의 온몸과 정신을 불태워 예술작업을 하고 있을 예술가들이 보이는 것 같다.

그저 말초적인 신경을 자극해서 인기를 얻는 작품이 아니라 진정으로 시대를 반영하는 글을 쓴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럼에도 예술성이 가미되어야 한다는 것은 큰 고민 거리가 아닐 수 없다.

지금 흘러 넘치는 많은 책들과 음악 속에 후세에도 기억될 소중한 예술작품이 얼마나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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