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천재 클레멘타인 동화 보물창고 26
사라 페니패커 지음, 최지현 옮김, 말라 프레이지 그림 / 보물창고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고 작은 엉덩이를 씰룩이며 춤을 추는 건 몇 번을 봐도 즐거운 일이었다.

아직 뛰어다니지도 못할 무렵 내 아이는 그렇게 재롱잔치에서 빛나는 춤 솜씨를 보여주었고

나는 참으로 행복했다. 정말 잘 하는구나. 내 새끼!

어린이집에서 몇날 며칠을 끙끙대고 만들었을 그 작품을 나는 생각없이 즐기기만 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고 몇 번의 운동회를 하는 동안 나는 한 번도 구경하러 가지 않았다.

"날씨도 더운데 이런 건 왜 하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나는 이런 거 하기 싫어요."

분명한 자기 의사 표현을 하는 아이를 보면서 나도 같이 분개했다.

운동회면 운동회답게 열심히 뛰고 달리고 하는 걸 즐기면 될 일이지

왜 아이들을 이렇게 피곤하게 만드는 걸까? 누굴 보여주려고?

 

봄에 수학여행을 가기 위해 재능발표회를 연다고 했을 때 클레멘타인이 느꼈을 그 분노도 비슷했을 것 같다.

하기 싫은데  왜 시키지?

운동화 하나 사는 것도 엄청난 시간이 필요한 클레멘타인.

동생을 여러 가지 채소 이름으로 바꿔부르고,

탭댄스를 추기 위해 맥주 24병을 몽땅 따서 병뚜껑을 운동화에 붙인 기발한 아이.

임시 선생님도 있으니까 임시 학생도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따질 줄도 아는 똑똑한 녀석.

그런 클레멘타인이지만 결정적으로 장기가 하나도 없어서 고민이다.

운명의 날이 다가와 모두가 리허설을 하는 동안 클레멘타인은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무대총감독이 된 것!

클레멘타인도 모르게 한 행동이지만 그것을 눈여겨봐주시고 추켜세워줄 줄 아는 멋진 교장선생님 덕분에

클레멘타인은 예능천재가 되어버렸다.

 

부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뭔가를 형식적으로 치르는 것은 여전히 싫어하지만

이런 식의 장기자랑이라면 괜찮을 것 같다.

똑같이 줄을 맞춰 돌거나 고개를 흔들고 어깨를 물결치듯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잘 하는 것을 그냥 선보이는 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는 일은 대찬성이다. 아니, 오히려 자주 이런 일을 했으면 싶다.

옆돌기를 하면서 무대 아래로 떨어져도, 긴장을 해서 마이크에 먹은 것을 토해도,

시간이 지나는 줄 모르고 계속 자기 순서를 진행을 한다 해도 좋다.

모두에게는 뭔가 하나씩은 잘 하는 게 있기 마련이라는 교장 선생님 말씀이 자꾸만 귀에서 맴돈다.

공부에만 내몰리는 우리 아이들 얼굴이 옆에서 같이 빙글빙글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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