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자고 우린 열일곱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42
이옥수 지음 / 비룡소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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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난, 힘이 없다. 어쩌자고 우린 열일곱일까?

 

글자마다 꽃이 활짝 피어 있고 배경마저 싱그러운 초록색 풀로 가득한 표지는

간지러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면 까르르 웃어대는 청춘들이 가득하겠구나 생각하게 했다.

그러나 까르르 웃음 대신 꼼새 순지, 꿍새 은영, 깡새 정애의 아픈 열 일곱이 그득했다.

마치 신경숙의 <외딴방>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으나 그것도 잠시

<외딴방>에서 시작은 하였으되 점점 불이 꺼지면서 어둠이 가득한 골목이 되어버렸다.

실밥을 따는 손가락은 물집이 잡혔다가 벗겨지고 벌건 살이 드러나고,

납땜 인두가 볼을 스치고 지나 상처가 나고,

어금니가 썩어들어가도 저녁에 학교에 가려면 꼼짝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하고,

여관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남자친구에게 걷어차이고 얻어맞아 얼굴이 퉁퉁 붓고,

시험 공부를 하려고 냄새가 코를 찌르는 화장실에 옹기종기 모여 졸음을 참아야 하고,

집으로 돌아가봐야 별다른 미래가 없는 안쓰러운 열일곱의 그녀들.

정말 어쩌자고 고작 열일곱이란 말인가!

정말 어쩌자고 우리는 이 열일곱 꽃다운 아이들을 슬프게 한단 말인가!

상처를 짊어지고 돌아온 집.

상처를 치유하지 못해서 말문을 닫은 순지는 '그날을 생각하기'를 거부한다.

그리고 마침내 찾은 평온. 정말 다행이다.

 

열일곱의 나는 무엇을 했었지?

순지가 그토록 가고 싶어했던 학교를 다니는, 그저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작은 불행이 나를 짓밟고 있었지만 적어도 이들처럼 삶의 스산스러움을 뼈속 깊이 새기면서 살지는 않았으니

나는 행복한 열일곱을 보낸 셈이다.

 

어쩌자고 우린 열일곱.

이 제목이 자꾸만 나를 휘감는다.

그녀들이 열일곱이 아니었다면 뾰족한 방법이 있었을까?

순지, 은영, 정애는 한참 꿈꿀 나이에 꿈을 포기해야 했기 때문에 꼭 붙들고 놓지 않았던 것 같다.

학교를 다니고 싶어하는 평범한 꿈조차 꾸지 못하는 아이들.

작가는 우리 사회에 벌어진 두 가지 사건을 보고 이 책을 만들었다 했는데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도 사람이요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대접을 받아야 하는 것도 사람이다'

라는 생각을 가슴 깊이 새기고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두 딸들에게 전하고 있다.

사람이 가장 귀한 세상이 오려면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뿐일까?

뻥 뚫린 가슴으로 바람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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