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굴기 중국역사기행
최대균 지음 / 푸른향기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오늘 법정 스님께서 입적하셨다. 그분이 늘 말씀해오신 화두가 '무소유'였듯이 작가는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예로부터 조공을 통하여 중화의 질서에 편입된 대가로 소중화(小中華)를 자처했던 우리는 도 무엇이었던가'를 화두로 삼아 길을 찾아나섰다고 했다. 그렇게 역사를 바탕에 둔 여행 기록이 탄생된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중국이나 일본의 역사를 떼어내지 못할 바에야 제대로 알아서 그들에게 약점 잡히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먹 불끈 쥐고 배낭 끈 질끈 동여 맨 작가의 힘찬 발걸음을 따라 가는 것은 즐거웠다.

 사진이 모두 색이 배제된 터라 생동감이 덜한 것이 아쉬움이다. 앉아서 보는 중국 여행이지만 좀더 생동감 있게 다가오는 풍경을 보고 싶었던 탓이다. 이 책은 정확한 목적지를 밝혀주고 가는 노선과 버스 요금, 입장료와 숙박시설까지 꼼꼼하게 기록해놓았기 때문에 역사책이라기보다는 작가가 밝혔듯이 중국 역사 여행을 하려는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만한 책이다.

 작가가 소개한 많은 곳 중에 한 곳을 골라 가볼 수 있다고 한다면 나는 서슴없이 상해로 가보련다. 골목 안 허름한 3층 벽돌 건물,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가서 김구 선생님 집무실도 들러보고 윤봉길 의사가 일본 국왕 생일날 폭탄을 던진 홍구공원에도 가보고 싶다. 볼 것도 없고 둘러보는 데 30분이면 충분하다지만 그곳에서 대한민국의 시작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니 아예 거기까지 돌려서 첫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면 우리도 정신 차리고 열심히 살게 될 것만 같다.

 두껍지만 사진 자료가 많아 편하게 읽었는데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들에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알만한 역사의 현장이 자꾸만 중국화되어 가는 것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봤지만  작가가 어딘가 모르게 가부장적인 분위기를 드러내는 건 정말 마음에 안 들었다. 허태후의 이화원에 갔을 때

 조선에서 터진 동학동민운동으로 청일전쟁이 불붙는 것도, 그리고 동시대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같은 여성으로서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 것도 안중에 없었다. 나를 지킬 해군의 군함 구입보다도 이화원 건축이 우선이었고 모든 국력을 자기 환갑에 맞추어 이 공사 완공에만 집중했다. 결국 승리의 깃발을 든 일본해군이 산동반도에 상륙하고 있는데도, 서태후는 완공한 이화원에서 환갑잔치를 베풀고 있었다. 상륙급보를 받고는 하필 왜 이런 때 오느냐고 역정까지 내면서.

 이래서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했던가. (63쪽)

 나라를 말아먹은 남자 왕도 부지기수거늘 서태후에게만 특별한 잘못이 있는 양,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작가의 태도가 정말 거슬렸다.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떻든 간에 이런 사소한 표현 하나가 신뢰를 잃게 한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쨌거나 지금 나는 나의 화두를 다시 찾고 있다. 과연 무엇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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