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고의 별 - 바나나 하우스 이야기 2 독깨비 (책콩 어린이) 6
힐러리 매케이 지음, 전경화 옮김 / 책과콩나무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바나나하우스.

인형에도 이름을 붙여보고 일기장에도 이름을 붙여봤지만 집에 이름을 붙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니지, 비슷비슷한 생김새를 가진 주택이나 똑같은 틀에서 찍어 나온 아파트에 살다보니 다를 게 없어서 그럴 생각조차 안 했다는 편이 더 맞겠다.

 그래도 이렇게 집에 이름을 붙여주면 집이 좀 다르게 보이려나? 밤에 돌아오다 우연히 고개를 들어 집을 바라볼 때가 있는데 거실 방향에서 모두들 짠 것처럼 일제히 번쩍거리며 레이저 광선을 쏘아대곤 한다. 텔레비전 화면이 바뀔 때마다 그리 보이는 것인데 우리 집은 항상 조용하다. 텔레비전이 없다. 흠, 그럼 바보상자가 없는 바보들의 집이라고 할까? 아니다. 너무 자조적이니 좀더 희망적인 걸로 생각해보자. 거실 가득 책이 있으니 '책과 노니는 집'이라고 할까? 책 제목을 도용했다고 잡으러 올라나?

 사설이 길었지만 그만큼 바나나 하우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나를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이상야릇한 책 표지와는 달리 내용이 너무 좋았다. 카드뮴 골드, 인디고, 로즈, 새프론 옐로우. 색상표에 나오는 이름을 가진 이 아이들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다. 휠체어를 탄 씩씩한 사라나 잠시 영국에 머물러 있는 톰까지도.

 그림 그리는 일을 빼곤 뭐 하나 잘 하는 게 없지만 사라가 주방 벽 가득 그림을 그려도, 캐디가 인생 밑바닥을 사는 것 같은 남자들을 데리고 와도 그저 다 수용해버리는 엄마는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바라마지 않을 이상적인 캐릭터이다. 인생에 전혀 간섭을 하지 않는 엄마라니!  내 엄마로서도, 나는 절대로 이렇게는 못 된다는 걸 아니까 내 대신 엄마 역할을 해줄 사람으로서도 이런 엄마가 필요하다.

  아무런 걱정 없이 행복할 것 같은 이 아이들에게도 사실 아픔이 있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인디고, 이혼한 아빠를 집에 오게 하려고 매일같이 협박조의 편지를 써대는 사라, 입양한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새피와 재혼한 아버지와 새엄마, 동생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영국 할머니댁으로 피신 온 톰까지 각자의 아픔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실제로 그 아픔을 치유해주는 것은 바나나하우스의 가족들이다. 새롭게 바나나하우스에 들어온 톰까지 포함해서 엉뚱 발랄한 이 가족들이 서로에게 별이 되어 주는 것이다.

 결국 바나나하우스는 치유의 공간이며 사랑을 나누는 공간이고 꿈을 키우는 공간인데 왜 바나나하우스라는 이름이 붙여졌는지 정말 궁금하다. 1편에는 나와 있을지 모르겠다. 이 책은 바나나 하우스 이야기 2권이라고 버젓이 나와 있으니까 사실 나는 무척 실례를 한 셈이다.

영화가 시작한 지도 한참 되었는데 중간에 막을 열고 가운데 자리로 성큼성큼 들어간 꼴이다.  순서가 바뀌긴 했지만 1권을 찾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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