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지신 호랑이
이어령 엮음 / 생각의나무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100년 전 자취를 감추고 만 한국호랑이를 만나기 위해서는 춥고 먼 시베리아로 가야 한다고 했다. 시베리아 호랑이는 한국호랑이(백두산호랑이)와 같은 아종에 속해 있다. 라죠 자뽀베드닉(야생동물보호구역)에서 최기순 기자가 찍은 사진이다.

 니콜라이 바이코프가 만주 밀림을 호령한 한국 호랑이의 일생을 그린 「위대한 왕」 서문을 재일조선인 학자인 서경식이 썼는데 서베를린 동물원에서 마주친 호랑이에 대해
‘아무르 호랑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300킬로그램 이상 체중이 나가리라. 얼굴만 보더라도, 어른 팔로 한 아름은 족히 될 법해 보였다. 호랑이는 우울한 눈을 하고 있었지만, 고고하고도 위엄 가득한 모습이었다. 30분 이상이나 바라보고 있었음에도 전혀 질리지가 않았다.‘
라고 표현한 그 모습이다.
 「十二支神 호랑이」는 한국(호랑이), 중국(虎), 일본(とら) 호랑이에 대한 고찰을 다룬 책으로책임편집은 이어령 선생님이 맡으셨다지만 실제 내용은 한, 중, 일 학자 16명의 시선인 만큼 호랑이에 대한 다양한 문화코드를 만나 볼 수 있다.

 책을 펴면 우리에게 낯익은 민화 <까치호랑이> 얼굴과 맞닥뜨리게 되어 딱딱한 책을 쉽고 편안하게 시작할 수 있게 해준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은 ‘문학 속에 나타난 호랑이 이야기’였다. 일본에는 호랑이가 살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나라 경우처럼 호랑이를 친근하게 여기지 않아 이야기 자체가 드물다는 것과 그런 이유로 일본 문화 속에 호랑이는 자취조차 희미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하마다 요의 글에서
‘또한 일본에 호랑이가 서식했다면 해외에서 호랑이를 퇴치한 이야기가 그렇게 대단할 것도 없다. 문학적 상상력에서 호랑이의 부재는 불행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밝힌 것을 보면서, 우리는 호랑이에게 잡혀 먹히는 일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호랑이를 배척하고 싫어하기보다는 어리석고 멍청하거나 혹은 무섭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로 승화시킨 조상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우리는 훌륭한 문화유산을 받은 셈이다.
 책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삼국의 호랑이 문화가 독자적으로 성립하여 개별적으로 전개된 것이 아니라 서로 교류하면서 융합되기도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발전시켜간다는 윤열수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옛날 중국 회하(淮河) 이북에는 귤나무가 없었다는데 어떤 사람이 남쪽에서 귤 묘목을 얻어와 옮겨 심었더니 몇 년 후에 본래 달고 맛있는 귤이 열려야 할 나무에 작고 신 탱자가 열렸다. 주례(周禮) 고공기(考工記)에 ‘귤이 회하를 건너 북쪽으로 가면 탱자가 된다’라는 엄숙한 한마디가 기록돼 있다. 식물이 토양과 기후에 따라 이화될 수 있듯이 문화나 사상 종교의 전파에도 마찬가지로 일정한 토양과 기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젠 누구 것이 먼저였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교통의 발달로 거리가 가까워진만큼 문화의 넘나듦이 자연스러워졌다. 우리에게 풍성하게 남아 있는 자료들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이나 세계 여러 나라 자료까지도 살펴보고 연구해서 또 다른 우리만의 새로운 문화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책을 덮고나니 이 자료들을 토대로 재미있는 호랑이 이야기를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원고지 앞에 앉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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