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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인간인가 -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기록
프리모 레비 지음, 이현경 옮김 / 돌베개 / 2007년 1월
평점 :
인간이란 무엇이라고 정의내려야 하는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몇 번이고 입 밖으로 나왔지만 답을 구하지 못한 채
아직도 머릿속을 떠돌고 있는데 <이것이 인간인가>를 보면서 더 혼란스러워졌다.
이런 상태를 과연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가.
살기 위해 짐승도 쳐다보지 않을 음식을 먹고 짐승같은 취급을 당하며
언제 죽을 지 모르는 공포를 안고 사는 일을 견디고 있는 이들을,
또 그런 일을 시키는 이들을 인간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인가.
프리모 레비는 아유슈비츠에서 처절하게 살아남은 그 경험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내가 사나운 바람을 피해 실험실의 문지방을 넘어서는 순간
내 옆에 한 친구가 등장한다.
내가 휴식을 취하는 순간마다, 카베에서나 쉬는 일요일마다 나타나던 친구다.
바로 기억이라는 고통이다.
의식이 어둠을 뚫고 나오는 순간 사나운 개처럼 내게 달려드는,
내가 인간임을 느끼게 하는 잔인하고 오래된 고통이다.
그러면 나는 연필과 노트를 들고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것을 쓴다.
뇌에 각인되고 몸에 각인된 인간다운 삶을 살았던 기억들이 없다면 사람들은 이렇게도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문화와 문명의 영향을 받지 않은 상태에선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일까?
인간에 대한 정의 내리기는 여전히 어렵다.
우연히 유태인을 집중조명하는 프로그램을 보게 됐다.
하버드 전체 학생 중 30%가 유태인이라고 한다.
이것은 다른 아이비리그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수치인데
그들에게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인지 물었더니 대답인즉,
지식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사고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교육방식이라고 입을 모았다.
어느 자리에서든 질문하는 게 습관이 되어 있으며, 심지어 도서관 자리조차
토론을 위해 두 명, 세 명이 함께 앉도록 되어 있고 조용해야 할 도서관이
토론하는 소리로 엄청 시끄럽다는 것이다.
이렇게 창의성을 기르는 교육이야말로 인구 비례 100배에 가까운 노벨상 수상자들을 키운
원동력이라고 생각된다.
2009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아다 요나트는 이렇게 말한다.
"유태인들은 농사 지을 땅도 없었으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했다."
쇠는 두드릴수록 단단해진다는 말처럼 유태인들이 프리모 레비 같은
힘든 고난을 이겨낸 까닭으로 그들이 지금의 성공을 거두고 있는 듯 보인다.
우리도 힘든 고난을 겪고 교육에 생각이 미친 것까지는 같지만 교육방식이 너무나 달랐다.
천년동안 이어져내려온 주입식 교육이 우리 아이들을 성적기계로 만들어버렸다.
안타까운 것은 그 일이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일들은 사실 유태인을 다룬 영화에서 너무나 사실적으로 잘 그려냈기 때문에
그닥 새로울 건 없었던 탓에 생각이 삼천포로 빠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