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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헤아리며 ㅣ 카르페디엠 4
로이스 로리 지음, 서남희 옮김 / 양철북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책날개부터 역자후기까지 빼놓지 않고 보는 사람도 있다는 걸 생각하지 않은 걸까?
본문 앞에 배치된 '역자의 말'에서 책 내용이 고스란히 드러나 화가 났다.
영화 예고편도 가능하면 보지 않으려는 내게 이건 완전 테러 수준이다.
이게 추리소설이라서 뒷부분에 나올 내용을 미리 알면 큰일이 나는 건 아니지만
윤곽을 파악할 수 있는 이런 글은 뒷편이 실어주는 배려가 있어야지,
주인공이 앞으로 무슨 일을 할 것인가를 미리 알면서 그게 나오기만 기다린다면
결코 즐거운 책읽기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런 걸 꾹 참고 본다면
<기억전달자>만큼 나를 사로잡은 책은 아니지만 독일 점령 아래 덴마크에 살던 유태인과
그들을 진정한 친구로 받아들여 따뜻하게 감싸준 덴마크 사람들의 우정이 감동적으로 그려진 책이다.
다 읽고나면 자연스레 '진정한 용기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네가 만약 아무 것도 모르면 용감해지기가 한결 쉽지."
헨리크 삼촌이 안네마리에게 해준 말인데 그 상황에서는 물론 맞는 말이지만
용기 있는 행동은 정확한 판단을 요구하는 일이라는 걸 생각할 때 다소 억지스런 느낌도 있다.
하려는 일이 내게 불이익을 가져다 준다고 해도
옳다고 믿는 대로 행동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가 아닐까?
이 시점에서 떠오르는 건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정치인과 문학인과 지식인들.
내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에서 옳다고 믿는 그대로 행동하는 건 결코 쉽지 않고
나도 그럴 용기는 물론 없다.
하지만 그들을 애국자와 변절자로 분류하고 잘잘못을 따지는 건
다른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는 그들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사람들을 잘못된 선택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개인이 아니라 공인이 되는 시점이다.
요즘 시국선언을 하는 교수들이나 잘못된 것을 과감하게 말할 줄 알았던 방송인들이 여기서 겹치는 건
그들 역시 안네마리네 가족처럼 진정한 용기를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용기가 가져다 준 결과를 우리는 역사에서 볼 수 있다.
우리가 가진 진정한 용기가 나라를, 시대를 어떻게 바꿨는지 과거의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으면서도
미래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처럼 행동하고 있지는 않은가?
역사의 큰 줄기를 바꿀 힘이 없는 개인이라고 해도 눈 감고 귀 막고 입 막은 채
나만 조용히 잘 살고 있으면 된다고 엎드려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중고생들이 아무곳에서나 담배를 피우고 욕을 해대고 또래 아이들을 괴롭히고 있어도
후환이 두려워 못 본 척 지나친 부끄러운 내가 보인다.
옳다고 믿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를 가진 어른들이 늘어날 때
이 땅에 있는 또다른 나치들은 사라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