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귀
안느 실비 슈프렌거 지음, 김예령 옮김 / 열림원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아귀>라는 제목에 붙어 있는 귀신처럼 저 눈이, 저 얼굴이

자꾸만 나를 들여다보는 것 같아 께름칙한 마음에 안 읽고 처박아 둔 책이다.

숙제를 하듯 읽은 책.

 

스물일곱살이고 프레데릭을 사랑하고 신을 믿는 클라라 그랑이 

왜 아귀가 되었는지를 조금씩, 그러나 잔인하고 거북하게 알려준다.

찬장이나 냉장고를 열고 닥치는 대로 입안으로 쑤셔 넣었다가

그걸 또 다시 게워내느라 눈물까지 맺히는 딱한 여자.

딱딱한 나무 의자에 오래 앉아 있었던 것처럼 자세를 자꾸만 바꿔줘야 하고

누가 볼 새라 힐끔힐끔 문가를 돌아보게 만드는 적나라함이 정말 불편했다.

상처가 아물지 않고 벌어져 하얀 뼈가 드러나고 벌건 피는 쉴새 없이 흘러내려

혈액을 공급받고 있지만 또다른 피주머니를 옆에 준비해둔 것처럼

클라라는 채워지지 않는 육체와 영혼의 허기에 죽을 지경이다.

이런 허기를 만들어낸 처음의 그 상처는 영원히 치유되지 못한 채

출렁거리는 뱃살과 육중한 몸으로 계속 살아간다는 내용인데

충격적인 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나 딱 맞을 책이다.

 

어린 시절 받은 상처는 한 사람의 인생을 이토록 송두리째 망친다는 걸

다른 작가들이 쓰지 않는 방법을 사용하는 용기를 보였으니 감탄해야 할까?

모든 작품이 똑같아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개인적인 좋고 나쁨을 기준으로 놓고

나는 이 책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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