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균(79) 계성종이역사박물관 관장은 깜짝 놀랐다. 그를 놀라게 만든 것은 이명박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 앞에 각기 놓인 연탁 앞면에 붙은 일본 총리실 마크(위 사진). 그것은 일제 식민지 시절 자주 봤던 ‘고시치노 기리’(五七桐)였다.

“내가 잘못 본 것인지는 몰라도 예전 한국 대통령 방일 때의 기자회견장 연단에 그 마크가 등장한 적은 없었습니다. 어떻게 저런 자리에 등장할 수 있나. 그날 바로 일본인 친구에게 국제전화로,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고 했더니 그분도 놀라면서, 아 그래요? 몰랐는데요, 하더니 거 다분히 의도적인데요, 그러는 거예요.”

문제의 문장은 큼직한 오동잎이 아래로 세 갈래, 그 위에 오동꽃 세 송이가 나란히 솟아 있는 형상인데. 세 송이 꽃 중 가운데 꽃은 꽃잎을 모두 7장, 양옆의 꽃들은 각각 5장씩 달고 있다.

지난 8일 연세대 후문 쪽에 있는 김옥길기념관 지하 1층 ‘삭개오 작은 교회’(담임목사 김경재 전 한국크리스찬아카데미 원장)의 신도 40여명 앞에 선 조 관장은 자신이 왜 그 자리에 서게 됐는지 한국 기독교사의 선구자 김교신과 유대인들의 철저한 역사의식까지 엮어 차분하게 설명했다. 문제의 마크와 기자회견 장면 사진까지 준비해 온 그는 말했다.

“여러분, 이 마크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이건 조선총독부 마크입니다. 본래 이 마크는 또 누구의 것인지 아십니까? 마크의 유래가 더 중요합니다. 이 마크는 바로 400여년 전 임진왜란을 일으켜 온 조선을 초토화하고 수많은 인명 살상과 문화재 약탈을 하고 심지어는 코까지 베어다가 소금에 절여 가져갔던 풍신수길(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문장입니다 (중략)

“설사 다른 행사 때는 몰라도, 우리 대통령이 갔을 때는 그것을 사용해선 안 된다”는 게 조 관장 생각이다.

“적어도 우리한테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유대인과 우리의 차이는 그들의 철저한 역사의식”이라는 조 관장의 역사 일깨우기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2008년 6월 11일자 한겨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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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정말 우린 몰라도 너무 모르는구나.

버시바우 미 대사가 무례하다고 꾸짖었더니, 일본은 한 술 더 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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