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푸른도서관 24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나도 분명 그랬구나.

터질 듯 줄이다 못해 속에 입은 면 티가 보이거나 말거나 아예 첫 단추만 잠근 채 거리를 활보하는 아이들을

이해해보려는 노력은 해보지도 않았거니와 '이상한 애'들의 무리 속에 가볍게 밀어 넣었으며,

마음으로는 우리나라 교육 정책 마음에 안 든다고, 아이들의 몰개성화를 부추기는 행태에 분개하면서도

아들에게는 시험 공부를 강요하는 이중적인 엄마였던 것이다.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전시회도 가면서 하고 싶은 대로 빛나는 열일곱의 나이를 살고 싶은

<바다 위의 집>의 은조를 보면서 이런 사회를 만든 어른들의 부류 속에서 나는 미안했고,

시장통 반찬가게 딸이라는 게 부끄러워하고 경쟁에서 뒤지고 싶지 않아 다가온 친구를

제대로 친구처럼 사귀지 못하고 주변 풍경처럼 머물게 했다가 우연히 마닐라에서

뒤늦게 감춰진 자신을 깨닫는 <초록빛 말>속 이진이와,

가난한 게 너무나 싫어서 남자 친구에게 제대로 실상을 말하지도 못하고 가난한 남자친구와의

데이트 비용을 위해 기꺼이 몸을 팔았지만 우연히 들켜 협박을 당하다가 똑같이 다른 아이를

협박하다 밀어버리는 슬픈 난주와,

자유분방한 듯 보이지만 부모를 잃고 꿋꿋하게 자기 길을 개척하는 노란 머리 희수와,

유방암에 걸린 엄마를 위해 그토록 좋아하던 농구를 포기하는 게 사랑이라 믿었지만

우연히 키우던 늑대거북을 보살피고 있다는 과외선생님을 만나 진정한 사랑이란 게 과연 어떤 것인가를

깨닫는 민재를 보면서 많이 아팠다.

 

"어떤 일을 결정할 때 나한테 좋은 것을 우선순위로 삼는 게 가장 적절한 선택일 때도 있어.

그게 꼭 이기적인 것만은 아니야."

민재가 만났던 선생님의 남편은 이런 말을 해준다.

솔직히 우리 아이들에게도 자신있게 이렇게 말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네 존재를 행복이라고 여기면서도 엄만 널 키우는 걸 책임이나 의무로 생각했나 봐.

그래서 얼른 뒷바라지를 마쳐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아.

네가 지금 하는 고민이 당연하고 의미 있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

솔직하게 나도  은조 엄마처럼 생각하면서 살아온 것 같다. 아직 어린 아이라고 치부하면서.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기보단 청소년기의 아이들을 둔 엄마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공부를 해서 힘든 것보다 더 큰 힘든 일들이 아이들을 숨막히게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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