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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은 지겨워 ㅣ 난 책읽기가 좋아
수지 모건스턴 지음, 장 클라베리 그림, 조현실 옮김 / 비룡소 / 2000년 10월
평점 :
아이들을 데리고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견학을 가게 되면
언제라고 굳이 날짜를 들출 필요도 없이 항상,
좋은 작품이라고 암만 강조를 하고 열심히 보라고 주문을 해도
어른들이 감탄을 해가며 몇 십 뿐씩 서서 홀딱 빠질 동안
건성건성 작품 앞을 지나가는 것으로 관람을 마치려고 한다.
그런데도 매번 좋은 전시가 열린다고만 하면 다들 아이들 손을 끌고 박물관으로 달려가
또 반복되는 장면을 연출하고야 만다.
작품을 잘 보지 않아도 분위기를 익히는 것이 중요하고, 이런 문화생활에 젖어봐야
나중에도 자연스럽게 찾지 않겠느냐고 자조 섞인 위안을 주고받지만
정작 아이들은 인상을 쓰며 꼭 가야 하느냐고 걸어다니는 것도 다리 아프다고 투덜대기 일쑤다.
주인공인 '나'도 문화중독증인 엄마, 아빠 때문에 미칠 지경이다.
태어나기 전부터 정기적인 박물관 방문을 하게 된 나는 한 작품을 30분씩이나 쳐다보는 엄마도 싫고
사람들 사이에 떠밀려 손바닥만 한 작품을 쳐다보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 맘대로 해도 되는 생일이 되자 나는 부모님께 복수하고 싶은 마음에
기다리는 게 얼마나 지루한지 알게 하려고 일부러 개관 시간을 늦추고 '내 방 박물관'을 연다.
어릴 때부터 갖고 있던 수건, 인형, 신발, 옷 등이 가지런히 전시하고 설명을 붙여서
그야말로 자신의 역사를 전시해 놓는다.
따뜻하고 부드러워진 부모님의 표정을 보면서 내가 하는 말이 참 인상적이다.
"예술이 사람들을 즐겁게 만든다는 말이 과연 맞나 보다."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은 욕심에 수준이 되지 않는 책을 억지로 읽으라 하기도 하고,
관심도 없고 하기도 싫은 일을 권하기도 하는 일은 부모들이 숱하게 저지르는 잘못이다.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법이다. 간단한 말이지만 이게 진리가 아닐까?
조금만 여유롭게 기다려주자. 관심을 가지게 될 때 그때 시작해도 결코 늦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