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입니다. 보수 언론에서 말하는 “연약한 여학생”입니다.

미친 소 반대 촛불 문화제에 매번 참가했습니다.

어제 저녁에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침묵 시위를 하고 왔습니다.

저와 친구들, 제 동생과 같이 갔습니다.

엄마는 저희들이 집회에 참가할 때마다 김밥을 싸주시고 손팻말도 같이 만드셨습니다.

어제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집회를 할 때 그곳에 계신 어떤 어른이

 “얘들아! 미안하다. 너희들을 나오게 해서 정말 미안하다. 어른들이 잘못한 건데 미안하다. 얘들아”

하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러고 보니 저희들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이곳에 나와 있었습니다. 오직 ‘미친 소’를 먹지 않기 위해서 말입니다.

아시겠지만 저희는 투표권도 없습니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제도의 틀 안에 갇힌 채로 아침 7시까지 학교에 오라면 학교에 가고,

밤 12시까지 야자 하라면 밤 12시까지 우리에 갇힌 짐승처럼 옴짝달싹하지도 못한 채 그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우리에게 ‘미친 소’까지 먹으라고 합니다.

저와 제 친구들은 신문도 보고 인터넷도 뒤져가며 정말 광우병에 대해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끝장 토론’도 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내린 결론은 “우리의 권리는 우리가 지키자”입니다.

국가는, 어른들은 최소한 먹는 것에 대한 공포는 주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오늘 아침에 저희 엄마가 아빠께 잔소리를 하셨습니다. 아빠의 직장은 여의도입니다.

 어제 아침에 엄마가 아빠께 집회에 꼭 참석하라고 하셨는데 아빠께서 끝내 집회 장소에 나타나지 않으셨던 것입니다.

엄마는 나중에 광우병 쇠고기가 수입돼도 아빠에게는 도시락을 안 싸주신다고 협박하셨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렇습니다. 이 땅의 많은 어른들 어제 그 시간에 어디에 계셨나요?

 이명박 대통령에게 투표하고 또 투표권이 있지만 투표도 하지 않고 외면해 버린 많은 어른들 어디에 가셨습니까?

왜 저희들이 보수 언론에 할 일 없는 어린 학생, 연예인의 말 한마디에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학생,

놀 곳이 없어서 생각 없이 참가한 학생 소리를 듣게 하시는지 묻고 싶습니다.

전 모든 책임이 어른들께 있다고 감히 생각합니다. 저희는 아무것도 한 것 없습니다.

하지만 그 재앙은 고스란히 우리들의 차지가 되어 버렸습니다.

정부나 경찰, 보수 언론이 저희들에게 온갖 협박을 해도 촛불집회에 참가할 것입니다.

그 ‘미친 소’를 막을 수 있다면 계속 참가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광우병’에 걸려 죽고 싶지도 않을뿐더러 저희를 보호해야 할 어른들이 손 놓고 계시니 방법이 없습니다.

그리고 학생주임 선생님, 저희 찾으려고 집회장에 오셔서 기웃거리지 마시고 저희와 함께 촛불을 드세요.

 

** 고등학교 2학년인 이 친구의 말이 가슴을 할퀴고 지나간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투표하고 또 투표권이 있지만 투표도 하지 않고 외면해 버린 많은 어른들 어디에 가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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