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한 마리가 살았습니다.

무엇에나 싫증을 잘 내던 그 물고기는 매일 새로운 걸 찾아다녔습니다.

어느 날, 지나가던 나그네 물고기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바다가 꽤 넓은 줄 알고 있지? 나도 여태 그런 줄 알았단다. 그런데 말이야,

내가 한 번 힘차게 솟구쳐서 바다밖 세상을 보았더니...."

"그래서요?"

"거긴 바다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이 엄청나게 많아서 내 눈이 튀어나올 뻔 했지."

"우와, 어떤 걸 보셨어요?"

"반짝이는 것도 많고, 눈을 찌를 것 같은 강렬한 햇볕도 따뜻하고, 이상하게 생긴 것들도 많지.

직접 보지 않고는 말로 설명을 못하지."

"거긴 어떻게 하면 갈 수 있어요?"

"글쎄..나야, 한 번 솟구쳐서 본 것 뿐이라 정확하게는 모르겠다만, 아무래도 열심히 하늘님한테 빌면 되지 않을까?"

그날부터 그 물고기는 하늘님한테 바다를 벗어나 다른 곳에 가게 해달라고 빌었어요.

먹지도 자지고 않고 빌기를 한 달. 삐쩍 마른 물고기가 안쓰러웠던 하늘님이 나타나셨어요.

"그래, 넌 어디로 가고 싶단 말이냐?"

"네.저는 이것저것 새로운 것을 많이 볼 수 있는 곳이면 좋겠습니다."

"그래? 흠..그렇다면 한 곳에 머물러 있어도 새로운 걸 계속 볼 수 있으면 되렸다?"

"네..그럼요. 그럼요"

이렇게 해서 그 물고기는 절간 처마 밑으로 거처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바람이 불면 기분좋게 댕그렁거리는 소리까지 낼 수 있게 된 물고기는 매일매일 바뀌는 바다의 모습도 보고

곁을 지나 날아가는 갈매기와도 이야기를 하고, 바람이 전해준 소식도 듣고,

꽃이 피고 잎이 나고 열매가 맺고 눈이 내리고 비가 내리고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발소리도 듣고

이야기도 들으면서 매일매일 새롭게 살고 있다지요.

-낙산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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