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식 - 박정만
묵은 밭을 일구듯
내 속뜰을 다시 경작합니다.
스스로를 텅텅 비웁니다.
텅텅 비워 버려야
새로운 메아리가 울려옵니다.
소리없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묵묵히 앉아서
안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며칠 전부터
숲에서는 휘파람새가 울고
구구구구 산비둘기 우는 소리도 들립니다.
밤으로는 무당 개구리 우는 소리도 들립니다.
잠든 숲이 서서히 깨어나기 시작합니다.
촉촉히 봄비가 내리는데 올봄 내 뜰에는
매화꽃을 보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간밤 갑자기 몰아닥친 설한풍에
꽃망울이 죄다 지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
아침부터 박정만이라는 시인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나는 사라진다
저 광활한 우주속으로'
이거 기억하시나요?
그 유명한 종시입니다.
이렇게 멋진 종시를 남기고 저 세상으로 가버린 시인
그의 쓸쓸한 어깨가 생각나는 음울한 날씨.
필화사건에 얽혀 허무한 죽음을 한 그 사람
사람보다 죽음이 먼저 생각나는 그 시인. 박정만
92년 1월. 석바위에서.
첫장 뚜껑에 이렇게 씌여있습니다.
한동안 죽음 냄새 가득한 그의 시에 빠져 지내던 시절이지요.
비가 내려서일까요?
오늘, 그의 이름이 자꾸만 생각이 납니다.
나는 사라진다.
언제쯤 나는 이렇게 사라질 수 있으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