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가는 길 - 유배시첩 1
-고두현
물살 센 노량 해협이 발목을 붙잡는다
선천(宣川)서 돌아온 지 오늘로 몇 날인가.
윤삼월 적은 흙길을
수레로 천 리 뱃길 시오 리
나루는 아직 닿지 않고
석양에 비친 일몰이 눈부신데
망운산 기슭 아래 눈발만 차갑구나.
내 이제 바다 건너 한 잎
꽃 같은 저 섬으로 가고 나면
따뜻하리라 돌아올 흙이나 뼈
땅에서 나온 모든 숨쉬는 것들 모아
화전(花田)을 만들고 밤에는
어머님을 위해 구운몽을 엮으며
꿈결에 듣던 남해 바다
삿갓처럼 엎드린 앵강에 묻혀
다시는 살아서 돌아가지 않으리.
* 앵강은 서포 김만중이 만년에 유배 살던 남해 노도 앞 바다 이름이다.
***
워낙 모든 멀미와 친한 지라 배를 타고 유유자적
섬이 꽃같은지 아닌지 즐길 여유를 부려보지 못했으나
한 번쯤은 멀미를 까맣게 잊고 산으로 물로 풀로 그렇게
있는 그대로 느껴보고 싶어집니다.
중학교때인가 고등학교 때인가 기억은 가물가물한데
한문시간에 각주구검을 배울 때였지요.
모두들 어리석다고 했던 그 얘기가 이상했습니다.
어리석다기 보다 너무도 감상적인 그 사람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거든요.
배를 타고 강을 건너가면서,
혹은 바다를 건너가면서 그걸 해볼 생각입니다.
바다 한 가운데 쯤에 내가 아끼던 귀고리 한짝 떨어뜨리고
뱃전에 표시를 할 겁니다.
그 다음달 다시 배를 타고 그 언저리를 지나며
귀고리를 가져오겠다는 생각만 갖고 바다에, 강에
뛰어들어 다시는 올라오지 않을 생각입니다.
올라오지 못하겠지요. 수영은 못하니까.
물은 참 무서워하는데 가끔 물의 유혹을 느낍니다.
태종대에 가면 자살바위가 있어요.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그 위에서 한참동안
소용돌이 치는 좁은 물살을 황홀하게 쳐다본 게 생각나네요.
그 물은 저를 유혹하고 있었는데 무섬증이 나를 버티게 했지요.
또 한 번은 밤의 월미도에서
검은색 천을 깔아놓은듯 편편하고 말랑하게 굳어보이는 그 물살이
들어오라고 하더군요. 난간을 기어오르는 게 귀찮아서
이번엔 게으름이 나를 구했지요.
한동안 산이 그리웠는데
비가 와서 그런지 오늘밤엔 바다가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