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튀밥에 대하여
-안도현
변두리 공터 부근
적막이며 개똥무더기를 동무 삼아 지나가다 보면
난데없이 옆구리를 치는 뜨거운
튀밥 냄새 만날 때 있지
그 짓 하다 들킨 똥개처럼 놀라 돌아보면
망할놈의 튀밥장수, 망하기는커녕
한 이십 년 전부터 그저 그래 왔다는 듯이
뭉개뭉개 단내 나는 김을 피워올리고
생각나지, 햇볕처럼 하얀 튀밥을
하나라도 더 주워 먹으려고 우르르 몰리던
그때, 우리는 영락없는 송사리떼였지
흑백사진 속으로 60년 대며 70년 대 다 들여보내고
세상에 뛰쳐나온 우리들
풍문을 듣고 있지, 지금 누구는
나무를 타고 오른다는 가물치가 되었다 하고
누구는 팔뚝만한 메기가 되어 진흙탕에서 놀고
또 누구는 모래무지 되고 붕어도 잉어도 되었다는데
삶이 가르쳐 준 길을 따라 제대로
나는 가고 있는지, 가령
쌀 한 됫박에 감미료 조금 넣고
한없이 돌리다가 어느 순간 뻥, 튀밥을 한 자루나 만들어 내는 것처럼
순식간에 뒤집히는 삶을 기다려오지는 않았는지
튀밥으로 배 채우려는 욕심이 크면 클수록
입 안에는 혓바늘이 각성처럼 돋지
안 먹겠다고, 저녁밥 안 먹겠다고 떼쓰다
어머니한테 혼나고 매만 맞는 거지
**
요즘은 먹는 일에 무지하게 집착을 하는 듯 보인다.
하얀 튀밥.
내가 살던 옛집에는 다락이 있었다.
내가 사랑해마지않던 공간.
잡동사니가 가득 채워진 그곳을 깨끗이 치우고
거길 내 방으로 명명했었지.
퀴퀴한 냄새가 나기도 하고, 사람들이 보지 않을 때면 쥐도 간간 돌아다니는.
거긴 내 낮잠 공간이기도 하고, 책을 읽는 도서관이었으며
되지도 않는 시를 짓는 작업실이기도,
겨우내 떨어지지 않는 사과궤짝과 귤 박스 등속이 자리잡은 곳이었다.
그리고 튀밥도..
하얀 튀밥을 소쿠리에 가득 담아 혀로 핥아 먹는 맛이란.
처음엔 숟가락으로 퍼먹기도 하다가
두 손 가득 퍼먹다가 질리면 그렇게 혀로 핥아 먹었다
예외없이 입안이 깔깔해지고
여기 시처럼 엄마한테 밥 안 먹는다고 꾸중 듣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튀밥은 끊이지 않은 걸 보면
그 시절 간식거리가 별로 없던 걸 엄마도 이해한 것 같다
하도 쓸고 닦고 해서 반들반들 하던
다락으로 올라가는 나무 계단.
그 계단이 튀밥과 함께 떠오른다.
오늘, 이른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골목 어귀 세워진 튀밥 장수 아저씨의 수레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면서 하얀 튀밥이 쏟아져 나왔다
달려가 한웅큼 집어 입 속으로 털어 넣고 싶은 유혹을 간신히 참으며
돌아섰다. 아쉽다.
로또에 대한 꿈을 아직 접지 않은 나는
내 삶이 튀밥처럼 부풀려지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얀 김이 무럭무럭 나며 '주인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이렇게 묻는 지니를 기다리고 있는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