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징어
-박라연
나도 살아 있는가
내가 내 염기를 확인하고 싶을 때
그때 나는 너를 씹는다
세상의 가시나무가
단지 가시의 기분 하나로
천성이 부드러운 잎새를 흔들 때
그때 우리는 뼈 없는
오징어 너나 씹는다
씹을수록 쓸쓸한 나그네살이
더 이상 씹을 것이 없을 때
씹는다 바다에 두고 온
그대 삼각의 고뇌까지도
***
오징어 먹을 때 귀때기는 사실 먹지 않는다
다른 곳보다 조금 더 짜기도 하려니와
뭐랄까..오징어가 아닌 다른 것을 먹는 듯한 분위기가 난다.
이를테면, 치맛단 같은..
어제 만두를 만들다가 남은 속으로 완자를 만들어 먹었다
김치, 두부, 고기, 계란, 숙주나물 들이 들어간 완자는
아이들에게 더 인기가 있다.
평소에 김치를 즐겨먹지 않던 우리 아들도 아이들과 더불어
왁자지껄 먹느라 정신이 없다.
어떻게 하면 한 개라도 더 먹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우리들(나와 내동생들)은
씨익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나쁜 놈들. 지들 입 속으로 뭐 하나 넣기를 왜 그리 힘들어하는지..
부침을 만들 땐 늘 그렇지만
이번에도 역시 부침옷으로 쓰인 계란이 남았다
재료들이 들락거려 그 맛까지 배어버린 계란은 부쳐 놓아도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오징어 귀때기처럼.
슬그머니 드시는 건 역시 우리 엄마다.
아이들이 먹지 않는 걸 거둬드시는 습관이 아직도 남아 있는 것이다.
참, 이상하지.
난 아들이 먹다 남긴 것도 절대로 안 먹는데
게다가 맛있는 건 나부터 챙겨 먹는데..
이러니, 좋은 엄마가 될 턱이 있나
무늬만 엄다다. 그래도 아들 입에 뭐 들어가는 건 흐뭇하다. 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