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작
-황지우
삶이 쓸쓸한 여행이라고 생각될 때
터미널에 나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싶다
짐 들고 이 별에 내린 자여
그대를 환영하며
이곳에서 쓴맛 단맛 다 보고
다시 떠날 때
오직 이 별에서만 초록빛과 사랑이 있음을
알고 간다면
이번 생에 감사할 일 아닌가
초록빛과 사랑; 이거
우주 奇蹟 아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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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쓸쓸할 때는 나도 가끔 터미널에 나간다
가서, 가보지 못한 곳들의 지명을 눈으로 훑는다.
보성, 진주, 철원, 남원, 문경, 통영, 충무....
그러고는 표를 살 것처럼 가격도 보고 떠날 시각도 본다.
개찰구 앞 가장 줄이 긴 곳에 서서 한 사람씩 줄이 줄어드는 광경 속에 잠입한다.
내 차례가 올 때 쯤 슬그머니 줄에서 이탈해
화장실이 급한 사람처럼 종종걸음으로 줄행랑을 치는 것이다.
그렇게 짧은 여행을 끝내고 온다.
지금도 난 터미널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