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한 장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을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였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박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
겨울이 되면 김장하는 것과 연탄 쟁여 놓기가 가장 큰 일이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집 광은 여름에도 거뭇거뭇하게 연탄 들어선 자국이 있었거니와
어김없이 겨울이면 시커먼 그 놈들이 제자리 찾은 듯 진득하게 서있던 기억도.
새벽에 일어나거나, 낮에 하거나 간에 연탄 가는 일은 참 싫었다.
매캐한 가스를 맡으면서 구멍을 맞추는 일도 어려웠고
두 장의 연탄이 맞붙으면 그걸 떼어내는 일도 어려웠다.
가끔은 깔끔하게 떼어지지 않고 한 쪽이 부서져 지청구를 듣기도 했지.

나중에 버리려고 내놓았을 때
깨끗하게, 완벽하게, 하얗게 다 타버린 연탄이 되지 못하고
군데군데 거뭇거뭇한 기운이 남은 채인 것은 보기 싫다.
아쉬움이 덕지덕지 붙은 것 같아서
삶에 애착이 묻어 있는 듯 해서 정이 가지 않는다.

내 연탄은, 지금 반쯤 탄 내 연탄은 어떤 모양으로 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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