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민

밤새 시달리며 돼지꿈 꾸고
이름 바뀐 복권 한 장을 산다
시대는 빛나는 은유법의 컬러 색깔이지만
우리들의 꿈
이장 집 담 너머 해바라기 모가지로 보던
'여로'의 눈물 젖은 흑백 테레비다

주택복권에다 밀레니엄 복권 혹은....
시대는 때 맞춰 적당한 이름과
알맞은 옷차림으로 변신하지만
우리들 꿈은 늘상 보릿고개 넘던
시절처럼 남루하다.

신문 혹은 라디오에서
잠시 신바람 내던 수식어들은
세상 사람들의 기억에서 시들어버리고
부자가 천국가는 길이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고
성경말씀은 사기를 친다

그래도 떨어진 복권으로
황소바람 부는 구멍 때우듯
딱 한 번만
황홀한 부자의 꿈?

***
밤새 꿈을 꾸긴 했다.
정신없이 어디론가 가는 꿈이기도 했다가
느닷없이 사람들이 바뀌기도 하고
제일 싫어하는 뱀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버스 의자가 너무 작은데도 나에게 딱 맞는다고 우기던 동생도 있고
아무튼 꿈자리 한 번 요란하다.
게다가 아침에 일어나라고, 모닝콜이랍시고 핸드폰에서 울려대는 닭소리까지..

어떤 녀석은 일기에
'왜 나는 꿈을 안 꾸는 걸까?
정신이 이상한 건 아닐까? 그래도 행동은 아직까지 이상하지 않아 다행이다'
이렇게도 썼더만.
난 전혀 반대로 꿈을 좀 안 꿀 수는 없는 걸까 고민한다.
꿈을 많이 꾸고 나면 너무 피곤하다
그것도 색깔까지 선명할 때는...
누구 말대로 아직 어려서(?) 그런가?
어쨌든 난 그 많은 꿈 중에 돼지를 등장시킨 적이 없다.
돼지꿈 한 번 꾸고 나서 복권 사면 좋을 텐데.

복권 당첨 되면 뭘 할까 하는 생각은 언제나 재미있다.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건, 역시 여행이다.
그리고 내 서재를 아주 근사하게 만들고 싶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예쁜 사설 도서관을 하나 만들고 싶다.
애들한테 동화도 읽어주고 글쓰기도 가르쳐주는 그런 곳.
아참..동맹을 맺은 몇 사람에게 나눠주기도 해야 한다.
이런 생각들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나는 돼지꿈을 꾸지 않아도 일 주일에 한 번 복권을 산다.
누구 말대로 일 주일치의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다.

오늘도 나는 복권을 사러 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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