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최승호

붉은 토마토를 먹은 내 몸뚱이가 거대한 토마토로
변신하지 않는 것은 토마토가 나를 삼키기 전에 내가 먼저
토마토를 집어삼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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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먹어댔다.
이게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먹는 일에만 탐닉한 하루다.
아침에 일어나 어제의 과음을 핑계삼아 주스를 한 병 들이켜고
새로 밥 지어 시어터진 열무김치와 더불어 한 그릇을 비우고
커피 마시고 녹차 마시고 또 물 마시고
"야, 어디 갈래?"
동생에게 전화 걸어 괜히 들쑤셔 놓은 뒤
우린 모두 함께 오이도로 출발했다
내일이 휴일이라 그런지 도로 위엔 온통 차들..
꽉 막혀 가는 길이 참으로 더뎠다.
기껏해야 40분 거리를..

배고파 배고파 밥줘를 연발하는 아이들 입에 새우깡으로 막음을 하고
식당에 엉덩이를 걸치기가 무섭게 칼국수를 주문하고
조개구이도 大자를 시켰다.
세수대야만큼 많이 나오는 칼국수를 다 먹고
조개구이에 소주도 두 병이나 마시고 그래도 모자라 다시 小자로 주문.
그것마저 다 먹고
더 이상 들어갈 구석 없다고 배 두드리며 나오다가
"엄마? 산에 다녀오셨다구요? 저녁 하지 마시고 기다리세요."
엄마, 아빠까지 차에 싣고(?) 이번에는 버섯샤브샤브를 먹으러 갔다
배불러서 안 먹을 것 같던 사람들이 메뉴가 바뀌자
먹었던 기억도 사라지는지 잘도 먹는다.
배불러서 못 먹는다니까 하면서 사이다도 한 컵 마시고
커피 들어갈 데 없어 하면서도 커피 한 사발도 들이켰다.

아직도 소화가 덜 되었다.
이대로 자면 내일 아침 볼만 할 터이다.

이렇게 많은 음식을 먹고 내가 음식으로 변하지 않는 것은
음식이 나를 집어삼키기 전에 내가 그들을 먹은 탓이다. 음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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