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어디냐고
-이성복

붉은 해가 산꼭대기에 찔려
피 흘려 하늘 적시고,
톱날 같은 암석 능선에
뱃바닥을 그으며 꿰맬 생각도 않고
-여기가 어디냐고?
-맨날 와서 피 흘려도 좋으냐고?

******
서점에 가는 일은 참말로 행복한 일이다.
서가에 줄지어 꽂혀 있는 책이 다 내 책은 아니로되,
보고 있는 동안은 모두 내 책이 될 수 있음이니.

문학과 지성사의 시편들은 모두 한결같다.
캐리커쳐를 사용하는 것하며 겉표지의 모양까지
그래서 더 정겨운 지도 모른다.
시집을 산 게 도대체 언제 적 이야기인지
괜히 마음 찔려하며 이것저것 눈으로 훑어보는데
어김없이 아는 책에만, 아는 작가에만 눈이 가는 것이다.
반가운 이름들에 한 번씩 책을 들었다 놨다 하다가
275번.. <아, 입이 없는 것들>을 꺼냈다.
첫 장을 열면
...시는 스스로 만든 뱀이니 어서 시의 독이 온몸에 퍼졌으면 좋겠다...
라는 시인의 말을 만날 수 있다.
그렇지! 여기서 무릎 한 번 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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