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뭐란 말인가
-이성복

한 잎의 결손도 없이
봄은 꽃들을
다 불러들인다
해 지면 꽃들의
불안까지도

하지만 뭐란 말인가,
저렇게 떨어지고 밟혀
변색하는 꽃들을
등불처럼 매달았던
봄의 악취미는?

****
방안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아직도 약간 쌀쌀함을 느낀다.
맨 다리가 드러난 짧은 바지 위로 숄을 덮어주어야 할 만큼.
답답해서 창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가 다시 닫는 그 순간에
나무들이 내 눈 속으로 들어온다.

자목련과 꽃사과나무, 벚나무. 하나는 이름을 모른다.
늘 봐오던 풍경임에도 이름을 몰라 불러줄 수 없음이 안타깝다.
꽃사과는 하얀 꽃이 몽글몽글 피어 제법 귀여워 보이고
벚꽃은 이미 다 피었다가 벌써 지고 잎이 나기 시작했다.
자목련은 처참하다. 어릴 때 축구하다 걷어채인 허벅지 상처처럼
시커먼 멍을 달고 바람이 떨구어 땅으로 떨어뜨려주길 기다리고 있다.
꼭대기에 딱 두 개. 짧은 치마 입고 자전거를 타는 아이의 뒷모습같은
상큼한 녀석도 있다.
나무가 서 있는 자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시멘트인 그 마당에
자목련이 아무렇게나 가래침을 퉤퉤 뱉어놓았다
치워버리지..보기 싫다.
버려진 꽃들은 보기 싫다.
나무가 다시 흡수해버릴 수는 없는 건가
그럼 굉장한 장관이 될 것 같다.
필름을 다시 돌리는 느낌이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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