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
-임영조
푸성귀는 간할수록 기죽고
생선은 간할수록 뻣뻣해진다
재앙을 만난 생의 몸부림
적멸의 행간은 왜 그리 먼가
여말에 요승이 임금 업고 까불 때
간 잘 맞춘 임박은 승지가 되고
간하던 내 선조 임향은 괘씸죄 쓰고
남포 앞 죽도로 귀양 가 소금이 됐다
세상에 간 맞추며 사는 일
세상에 스스로 간이 되는 일
한 입이 내는 奸과 諫차이
한 몸속 肝과 幹 사이는 그렇게 먼가
꼴뚜기는 곰삭으면 무너지지만
멸치는 무너져도 뼈는 남는다
꽁치 하나 굽는데도 필요한 소금
과하면 짜고 모자라면 싱거운
간이란 그 이름을 세워주는 毒이다
간이 맞아야 입맛이 도는
입맛이 돌아야 살맛나는 세상에
그 어려운 소금맛을 늬들이 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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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고를 때는 조금 다급해집니다.
이를테면, CD를 살 때와 비슷해진다고나 할까요?
마음에 드는 한 곡이 있다고 해서 선뜻 고르기가 어렵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하는 짓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우선 찾아서 몇 권을 쌓아두고
바닥에 털퍼덕 앉은 채로 열 편 정도를 읽습니다.
하지만, 이 시집은
<지도에 없는 섬 하나를 안다>에서 너무 감탄한 나머지
첫 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이 시
'간'만을 읽고 결정했습니다.
음식에 간을 맞추는 일이 쉬운 일입니까?
간이 맞으면 어느 음식이나 기본적인 맛을 갖고 있는 셈이니
음식에서의 간은 9/10를 만족시켰다고도 볼 수 있지요
고기를 사올 때 덤으로 얻어 온, 살이 두툼한 돼지등뼈로 우거지 잔뜩 넣고,
감자 둥실 띄워서 깻잎이랑 들깨 듬뿍 뿌린 된장 냄새 구수한 감자탕을 해먹었습니다.
뜨거울 때 간을 보면 실패를 하기 쉬운데
급한 마음에 먹어보고 싱겁다고 된장을 더 넣었더니
너무 간이 세져버렸습니다.
물을 부으면 괜찮다고 딸이 망쳐버린 감자탕 위로
자연스럽게 물을 넣어 다시 끓이시는 우리 아버지 사랑으로
간이 센 감자탕도 제자리를 잡아 적당한 간으로
알맞은 맛으로 한끼 저녁을 훌륭하게 때워주었습니다.
인생에 있어서 내게 간이 되어 주시는 우리 아버지
어디 한 군데 짠 구석은 없는지,
너무 싱거워 골마지 끼지는 않는지 늘 노심초사하시는 우리 엄마
두 분 덕에 내 인생은 아직까지 적당한 간을 맞춰 살고 있습니다만
이제는 스스로 간을 볼 줄도 알아야 하는 나이인지라
열심히 간을 보는 연습을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