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
-문태준
배꽃이거나 석류꽃이 내려오는 길이 따로 있어
오디가 익듯 마을에 천천히 여럿 빛깔 내려오는 길이 있어서
가난한 집의 밥 짓는 연기가 벌판까지 나가보기도 하는
그런 길이 분명코 있어서
그 길이 이 세상 어디에 어떻게 나 있나 쓸쓸함이 생기기도 하여서
그때 걸어가본 논두렁길이나 소소한 산길에서 봄 여름 다 가고
아, 서리가 올 때쯤이면 알게 될는지
독사에 물린 것처럼 굳어진 길의 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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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사에 물린 것처럼 굳어진 길의 몸이라..
딱딱해진 하얀 길.
아스팔트는 차가 지나다니기 좋은 길이고
내가 좋아하는 길은 먼지 풀썩이는 흙길이거나
시멘트를 부어서 밤이 되면 하얗게 빛나는 그런 시골길이다.
언제였던가
다른 곳은 어슴푸레한 밤 기운이 가득한데
짐승들이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듯
보안등이 좁게 비추어 노르스름한 빛이 어른거리는
하얀 시멘트길이 너무나 유혹을 해서
그 길을 따라 하염없이 걷고만 싶었다
다음 번엔 용기를 내어 내리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