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픈 샘이 하나 있다
-문태준
맹꽁이가 운다
비를 두 손으로 받아 모으는 늦여름 밤
맹꽁이는 울음주머니에서 물을 퍼내는 밑이 불룩한 바가지를 가졌다
나는 내가 간직한 황홀한 폐허를 생각한다
젖었다 마른 벽처럼 마르는
흉측한 웅덩이
가슴속에 저런 슬픈 샘이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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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폐허라는 건 없다
폐허는 폐허일 뿐이다.
내 폐허는 먼지 냄새 가득하고 삭막하고
감정의 찌꺼기들만 남아 있어
거기에 들어서는 순간
숨막혀 죽을 것 같다
내 폐허에 갇혀서
나는 폐허를 닮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