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샘이 하나 있다

-문태준

 

맹꽁이가 운다

비를 두 손으로 받아 모으는 늦여름 밤

맹꽁이는 울음주머니에서 물을 퍼내는 밑이 불룩한 바가지를 가졌다

 

나는 내가 간직한 황홀한 폐허를 생각한다

젖었다 마른 벽처럼 마르는

흉측한 웅덩이

 

가슴속에 저런 슬픈 샘이 하나 있다

 

**

황홀한 폐허라는 건 없다

폐허는 폐허일 뿐이다.

내 폐허는 먼지 냄새 가득하고 삭막하고

감정의 찌꺼기들만 남아 있어

거기에 들어서는 순간

숨막혀 죽을 것 같다

 

내 폐허에 갇혀서

나는 폐허를 닮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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