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밤에 별은
-이성복
봄밤에 별은 네 겨드랑이 사이로 돋아난다
봄밤에 어둠은 더 멀지도 가깝지도 않고
바람 불면 개나리 노란 가시 담장 불똥을
날린다 이 순간의 괴로움을 뭐라고 하나
봄밤에 철없이 인생은 새고 인생은 찻길로
뛰어들고, 치근덕거리며 별이 허리에 달라
붙어도 넌 이름이 없다, 넌 참 마음이 없다
****
잊고 있었다. 봄이라는 사실을.
요즘 운동으로 몸이 조금 가벼워진 탓인지
(물론 무게감으로는 하나도 변함이 없지만)
불면증도 어느 정도 사라져 한 번도 깨는 일 없이
아침을 맞고 했었기 때문이리라.
어제는,
베개를 하나 받았다.
속에 숯이랑 옥이랑 또 뭐라더라?
휘기야하는 식물 성분이 들어있다는 베개
특별이 내게만 주신다는 그 베개는
우리 아버지가 ‘00치료기’로 매일
무료치료를 받으시면서
개근상으로 받으신 베개다.
그 베개를 건네받는데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기억하리라.
우리를 열쾅케 했던 그 영화 ‘천장지구’
(여기서 우리라 함은 나와 코드가 같은
몇몇 사람을 지칭하는 바이니
그 ‘우리’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고 화를 내지는 말 것)
유덕화가 다친 후 할아버지 집으로 피신을 가버리자
그를 너무도 보고 싶어 했던 그녀 오천련이
물어물어 그곳까지 찾아갔을 때
웃음만 잔잔히 지으시던 그 할아버지는
유덕화와 그녀가 떠날 때 빨간 베개를 선물로 주셨다.
그걸 받고 무척이나 행복해하는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던 것이다.
나는..무척이나 행복해하는 얼굴대신
‘이게 효험이 있을까? ’하는 미심쩍은 얼굴이었던 게 틀림없다.
우리 엄마가 “싫으면 관둬라” 라는 대사를 날리신 걸 보면
어쨌거나 그런 걸 마다했다가는 후환이 두려운 고로
얼굴표정 관리에 들어가 살짝 미소까지 지어보이고 가져왔다.
근데 이놈의 베개가 왜 그렇게 높은지
자려고 누웠는데 목이 뻐근할 정도인 거다.
할 수없이 예전에 베던 베개로 바꾸고 잠을 청했는데
새벽 무렵 뒤척이다 보니
다시 그 베개를 베고 자고 있는 게 아닌가.
무심결에 얼굴을 스윽- 만졌는데
우툴두툴 이상한 게 만져졌다.
거울을 보니 베개 속에 있던 내용물이 얼굴에 그대로 찍혀
낙인찍힌 소 마냥 되어 있었다.
‘이 순간의 괴로움을 뭐라고 하나’
흑...
편안한 밤이 되기는커녕 그놈의 베개 때문에
잠을 설치고 말았으니
‘치근덕거리며’ 내 잠에 끼어든 이 베개란 녀석
확 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