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평생
-속도에 대한 명상 12 반칠환
요앞, 시궁창에서 오전에 부화한 하루살이는, 점심 때 사춘
기를 지나고, 오후에 짝을 만나, 저녁에 결혼했으며, 자정에
새끼를 쳤고, 새벽이 오자 천천히 해진 날개를 접으며 외쳤
다. 춤추며 왔다가 춤추며 가노라.
미류나무 밑에서 날개를 얻어 칠일을 산 늙은 매미가 말했
다. 득음도 있었고 지음이 있었다. 꼬박 이레 동안 노래를 불
렀으나 한 번도 나뭇잎들이 박수를 아낀 적은 없었다
칠십을 산 노인이 중얼거렸다. 춤출 일 있으면 내일로 미뤄
두고, 노래할 일 있으면 모레로 미뤄두고, 모든 좋은 일은 좋
은 날 오면 하마고 미뤘더니 가쁜 숨만 남았구나.
그 즈음 어느 바닷가에선 천 년을 산 거북이가 느릿느릿 천
년 때 걸어가고 있었다.
모두 한 평생이다.
***
요즘은 그런 생각에 빠져 산다.
내게 남은 시간은 얼마나 있을까?
평균 나이로 따지면 아직은 30년 정도는 더 남았을 테고
가계의 유전적인 요인을 따져보면 약 20년이 남았을 테고,
술 마시고 몸을 혹사시키는 버릇이 있으니 10년으로 줄어들 지도
모르지.
갂씩 차로, 베란다로 뛰어들고 싶은 유혹을 견디기 어려우니
하루가 내 남은 생의 전부일 지도 모른다.
그래서 해보고 싶은 일의 목록을 만들었다.
1. 혼자 여행가기, 이번에는 기필코!
-> 별로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실천 가능!
2. 비오는 날 우산도 없이 걸어보기
-> 이것도 술 마신 다음이면 가능할 듯. .
내 머리카락은 좀 불쌍하지만.
3. 최대음량으로 볼륨을 높이고 편안한 의자에 앉아 음악 듣기
-> 지금 상태로는 안 된다. 스피커 상태도 별로이고,
그랬다간 이 동네에서 쫓겨난다.
4. 길가던 사람 중에 호감 가는 사람 불러세워 이야기해보기
-> 길가다 보면 잠깐만이요..하고 나를 불러세우는 도 닦는
사람들 때문에 질렸던 기억이 나는군..이건 좀 고려해봐야지
5. 하늘하늘한 원피스 입고 차 마시러 가기
-> 남들은 이런 게 나랑 안 어울린다고 하지만 뭐.
내가 군살 좀 빼면 멋지게 어울릴 것 같다.
그나저나, 살은 언제 빼지?
6. 4륜 구동 자동차몰고 장마철에 미시령 올라가기
-> 운전은 할 줄 알지만 차가 없고나..로또가 빨리 맞아야.
7. 눈 쌓인 산 야간 등반하기
-> 산에 오느는 걸 좋아하니 몇 번의 연습만 거치면 가능할 듯
8. 온 몸에 근육과 핏줄이 다 동요하도록 드럼 쳐보기
-> 음감이 제로여서 될 지 모르지만 드럼은 정말 해보고 싶은
아기. 언젠가는 반드시!!
이 정도는 다 해봐야 하는데..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수첩에 좀 적어둬야겠다.
건망증 덕분에 생각했던 것도 다 잊어버리는 중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