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지도
-이문재

몸에서 나간 길들이 돌아오지 않는다
언제 나갔는데 벌써 내 주소 잊었는가 잃었는가
그 길 따라 함께 떠난 더운 사랑들
그러니까 내 몸은 그대 안에 들지 못했더랬구나
내 마음 그러니까 그대 몸 껴안지 못했더랬었구나
그대에게 가는 길에 철철 석유 뿌려놓고
내가 붙여댔던 불길들 그 불의 길들
그러니까 다 다른 곳으로 달려갔더랬구나
연기만 그러니까 매캐했던 것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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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재 시인은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때>
이미 마음에 들었었다.
오늘, 하릴없이 서가를 빙빙 돌다가
한국의 시인들이 죄다 모인 그 좁은 골방 속에서
이사람 저사람 얼굴 품평하다가
또다시 그를 붙잡았다.

식도를 지나 위주머니 속을 들락거렸다가
핏줄을 한 바퀴 돌아준 다음 소장이니 대장이니
그나머지 창자 속을 들여다보고
생기다 만 근육 혹은 지들끼리 모여 낄낄대는 지방 덩어리를 지나
어디를 둘러봐도 다른 곳 하나 둘 곳 없는 내 몸 속에
지도를 둘 만큼 복잡한 마음이라니

엄격히 생각하면 마음은 뇌 속에 있어야 하거늘
굳이 심장을 마음이라고 칭하는 것은
심장박동수가 빨라지거나 느려지는 것과 관계가 있으려나

어쨌거나,
내 마음 속에 들어와 자기 자리인양 시침떼고 앉은
네 마음 속 길들은 누구의 길인지 참으로 눈도 밝다
길치인 나를 닮아 아직도 헤매고 있을 내 가여운 길들은
집으로 오는 길도 못 찾아 울고 있지나 않을까
그들을 위해 등불이라도 켜야 할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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