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생
-임영조
말이란 이미 뱉은 말보다 아직
혀끝에 숨긴 말이 더 궁금하고 두렵다
허나, 여름 내내 속끓이던 앙가슴
그 주체 못할 충만을 터뜨려
영롱한 아픔을 지상에 쏟는 석류여
네 고통의 축제가 눈부시고 뜨겁다
남모를 가슴속 오랜 꿈과 슬픔이
한여름 땡볕과 비바람 속에서
얼마나 부대끼고 견뎌야
그토록 절실한 언어로 익어
누구나 눈여겨볼 홍보석이 되는가
새겨들을 비유가 되는가
스스로 익어 고개 숙인 이삭들
땅에서 얻은 이름 제 무게대로
땅에 다시 내려놓는 이 가을
내 오랜 그리움을 방생하노니
가서 부디 누군가의 시(詩)가 되거라
가장 간절하고 뜨거운 언어로 눈떠
가을산 다 태우는 정염이 되거라
아니면 더욱 쓸쓸해진 사랑의 불씨
까만 분꽃씨로 여무는 고독이거라
이 고요 깨우는 노래로 남거라
그대 영혼 적시는 국향(菊香)으로 피거라
내 오랜 외로움도 방생하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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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재주를 얼마나 지녀야
내가 가진 외로움을 방생할 수 있는 걸까?
아직 살아계신 이 시인을 찾아가 비결이라도 들어봐야 하나
아주 오래 전에 방생에 참여했던 적이 있었다.
고작해야 방생하는 곳에서 진을 치고 장사하는 이들이
내어놓는 거북이(자라나 남생이인들 내가 알아볼 재주가 없으니)
그거 하나씩 사서 물가에 내어놓는 대대적인 행사였는데
그렇게 놓아주면서 그놈들이 다시 장사치 손에 잡히리란 걸
우리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우린 무엇을 위해 방생을 한 걸까?
내가 지은 죄를 이런 식으로 속죄하나이다?
나도 이젠 방생을 다시 하고 싶어졌다.
이번엔 訪生.
다들 바쁜 터에 누구에게 내 삶을 찾아다 달라겠는가
내가 가야지.
가자.가자.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