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혈압
-김명인
이 불안 어디서 오는 것일까
햇살 비듬도 성긴 황혼녘에 앉았으나
바닥 모를 깊이에서 며칠째
오한이 솟아오른다, 어느새 몸이 아득한
절벽의 둘레에 섰다, 바닥이
안 보이는 끝없는 나락,
천 가닥 파랑마다 일만 마디의 비명을 일렁이며
반짝이는 것은 햇살인가
내가 지금 이곳에서
무서움으로 끓여내는 죽음의 시간도
살의 한 올이려니, 썩은 관절로
틈새를 이으려는 온몸이
또 이렇게 부서지듯 삐걱거린다
눈 시려 내다볼 수 없는
저쪽은 여전한 꽃밭이지만 늦된 나비,
거울 안쪽에서 힘겹게 날고
난반사 되어 늦가을 햇살만 조각조각
날개 위로 내린다
****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살아있는 동안 늘상 있는 일이다
죽음에 이르게 되면 막상 죽음 따윈 안중에도 없을 일이다
무엇이 우리를, 나를 죽음으로 이끄는가
하지만,
무서움이 수호령처럼 나를 막아서면
제대로 살아내지 못한 내 생들이
내 앞에서 일렁이며 운다
우는 자 그대로 두고 나는 돌아서서
무서움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어야 한다
앞으로 그 힘을 얻기 위해
당분간 살아 있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