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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 보이
팀 보울러 지음, 정해영 옮김 / 놀(다산북스)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생명 그 자체이기도 하면서 다른 생명을 살리기도 하고, 공포를 자아내기도 하는 물.
지나치게 가까운 거리에서는 바라만 보고 있어도 강한 흡인력으로 끌어당겨
자신의 소유로 만들고 싶어하는 물은 그래서 무섭다.
가르쳐준다고 해놓고 물만 잔뜩 먹게 하고 겁을 심어주지만 않았더라도 기꺼이 도전했을 수영을
포기한 지 너무도 오래,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부러운 건 수영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그만큼 나도 강물에 휩쓸리면서 따뜻함과 동시에 차가운 물의 기운을 느껴보고 싶었다.
강물을 매개로 제시와 할아버지 사이에 흐르는 교감은 문득 <오른발 왼발>이 생각나게 했다.
이 책은 <해리포터>를 제치고 상을 받았다는 호들갑스러운 선전 덕분에 읽게 됐지만
다른 무엇보다 열 다섯 살의 제시가 느끼는 감정들이 고스란히 읽혀져서 좋았다.
요즘 아이들에 비해 할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 제시는 조금 낯설지만
할아버지가 그림을 완성해가는 동안 느껴지는 격렬하고도 불안한 기운은
바람 앞에 언제 꺼질 지 모르는 촛불을 보는 듯 불편하고 거북하면서도
담담하게 죽음까지 몰고 가는 작가도 마음에 들었다.
물이 순환하는 과정을 거치듯 인생도 그런 거라고,
언젠가는 다시 빗물이 되어 땅에 떨어졌다가 구름으로 뭉치면서 하늘로 올라갈 수 있듯
우리 인생도 그렇게 굴곡이 심하지만 햇볕에 반짝하고 빛나는 순간 때문에
힘든 일상들도 견뎌낼 가치가 있는 거라고 말하는 듯하다.
'리버보이'에 대한 궁금증은 의외로 쉽게 풀리지만 그게 재미를 반감시키지는 못하는 걸 보면
어떤 때는 짐작이 맞는 것만으로도 괜히 흐뭇해지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