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생긴 저녁
-장석남
보고 싶어도 참는 것
손 내밀고 싶어도
그저 손으로 손가락들을 만지작이고 있는 것
그런 게 바위도 되고
바위 밑의 꽃도 되고 蘭도 되고 하는 걸까?
아니면 웅덩이가 되어서
지나는 구름 같은 걸 둘둘 말아
가슴에 넣어두는 걸까?
빠져나갈 자리 마땅찮은 구름떼 바쁜
새로 생긴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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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어 장석남의 시다.
아마도 며칠은 그러리라..
오늘 수업을 갔다가 이런 글귀를 발견했다
굉장히 다정다감한 아버지인 것 같은
3학년 남자애의 아버지 글씨로 책상 앞에 붙여진 종이조각.
사랑은 타오르는 불길인 동시에
앞을 비추는 광명이라야 한다
타오르는 사람은 흔하다.
그러나 불길이 꺼지면
무엇에 의지할 것인가
흠..
아주 흔하디 흔한 이 글귀가 새삼 마음을 울렸다
역시, 요즈음의 나는 나이를 실감하는 중이다.
'사랑'이라는 화두를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이에 나는 '사랑'속에 갇혀
나 스스로 미로를 만들고 있었다
이젠 실타래를 내게 던져줄 사람을 찾는 일은
그만 둘 테다
돌아 나오기 보다 미로를 부술 작정이다.
가슴에 넣어둔 많은 것들을 다 흘려보내고
내 가슴은 이제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내가 해야만 할 일'로 채워야 한다.
손가락 머뭇거림도 이제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