꽈리
-최승호
등황색 초롱 안에 들어 있는 빨간 구슬, 꽈리의 껍질을
벗기면서 오래 간직되었던 열매의 처녀성을 본다.어떤
보석 세공사도 이렇게 씨앗을 품은 빨간 구승릉 만들지
는 못했을 것이다. 남들의 시선에 아랑곳없이, 다만 자기
실현의 아름다운 작업에, 날이 궂으면 겸손을 갖고, 날이
좋으면 온 힘을 다해 온 꽈리에게,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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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의 이 시집<반딧불 보호구역>은 온통 자연 속이다.
갖가지 곤충들이 등장하고 꽃이며 나무들이 지천이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하다.
옛날 우리집에도 꽈리가 자라고 있었다.
어느날엔가 동그란 구슬을 감싸고 있던 집이 살며시
열리면서 뒤집히는 걸 보고 있는데 엄마가
"이걸로 예쁜 소리를 낼 수 있는 거 아냐?"
그러셨다.
내가 알 리가 있나.
속안에 든 것들을 없애고 나면 꽈르르..끼리릭 하는 소리가
난다고 하셨는데 아무리 해도 찢어지기만 할 뿐
그 예쁘다던 소리가 안 나서 몇 개의 꽈리만 버린 기억이 난다.
꼭 들어보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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