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
-도종환
여름 오면 겨울 잊고 가을 오면 여름 잊듯
그렇게 살라 한다
정녕 이토록 잊을 수 없는데
씨앗 들면 꽃 지던 일 생각지 아니하듯
살면서 조금씩 잊는 것이라 한다
여름 오면 기다리던 꽃 꼭 다시 핀다는 믿음을
구름은 자꾸 손 내저으며 그만두라 한다
산다는 것은 조금씩 잊는 것이라 한다
하루 한낮 개울가 돌처럼 부대끼다 돌아오는 길
흔들리는 망초꽃 내 앞을 막아서며
잊었다 흔들리다 그렇게 살라 한다
흔들리다 잊었다 그렇게 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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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조금씩 잊는 것이란다.
그래..잊을 것들 수없이 많아
내가 붙들고 있는 이것들을 모두 잊었다면
나는 행복하리라
지금쯤이면 양손 꼭 쥔 주먹을 풀고
바람에 흘려보내야 하는데
정녕코 이렇게 꼭 쥐고 있으니
그 안에 들은 것들은 구깃구깃해져서
본래의 모습은 잃고 변형된 욕심만 가득하다
이만큼 오랜 세월 갖고 왔으면 충분한 것
이제 조금씩 굳은 손을 풀어
꽁꽁 갇힌 것들을 놓아주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