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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설이다 ㅣ 밀리언셀러 클럽 18
리처드 매드슨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6월
평점 :
언제나 영화가 원작을 고스란히 살려내진 않지만 얼마 전에 봤던 '나는 전설이다'라는 영화는
책에서 소스만 뽑아서 만들었기 때문에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보는 느낌이다.
이 책은 1976년 1월부터 1979년 1월까지 약 3년 간 로버트 네빌이 겪은 투쟁의 역사라고 볼 수 있는데
미래가 가진 불투명성 때문인지 작가들은 항상 무겁고 두렵고, 혼탁한 시기로 미래를 상상한다.
이 책을 쓴 게 1954년이라 하니 그가 봤을 때 약 20년 후 미래의 모습이 이렇게 끔찍하고
암울한 시대가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는 것이겠지.
흡혈귀와 좀비가 판을 치는 영화는 이제 식상할 때도 됐지만 이 책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
혼자 살아남아 외로움 때문에 차라리 그들 손에 죽을까 매일 밤 고민하면서 술로 위안을 삼으려 하고,
비쩍 마르고 못 생겼지만 친구가 되어 줄 것 같았던 개를 잃은 순간에 그가 느낀 공허감은
인간이란 존재가 결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
문득 자신이야말로 비정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상이란 다수의 개념이자 다수를 위한 개념이다.
단 하나의 존재를 위한 개념이 될 수는 없다.
흡혈귀와 마찬가지로 그 역시 파괴되어야 할 아나테마(가톨릭에서의 저주)이자 검은 공포였다.
참으로 무서운 말이다.
다수가 지배하는 곳에 끼여있는 소수는 살 권리조차 없다.
며칠 전 자살했다던 베트남 신부 이야기가 떠오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시위현장을 덮친 경찰들의 이야기도 생각난다.
지금 우리는 얼마나 많은 '로버트'들에게 환약을 빨리 삼키라고 종용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