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톨이 동물원 일공일삼 47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허구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0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맛있는 음식을 보고 허겁지겁 달려들어 정신없이 움켜쥔 모양새와 비슷했을 것 같다.

'하이타니 겐지로'라는 이름을 보는 순간

어두운 얼굴을 한 아이 하나가 우리에 갇혀있는 표지의 답답함을 헤아려 볼 새도 없이

그저 반가운 마음에 무턱대고 집어 들고 온 내 모습은.

5편의 이야기 모두 보는 내내 누군가가 슬그머니 내 입꼬리를 치켜올리는 듯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져 따뜻함이 퐁퐁 샘솟았다.

그리고나서 앞 뒤를 뒤적여가며 작가의 말을 읽고 앞장에 놓쳤던 글을 발견했는데

겐과 이야기를 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설교하는 투가 되어 쑥쓰러워진

<외톨이 동물원>의 가메야마 씨 모습을 그대로 보는 듯한 이 글은

매일 지나는 길목이라 신경쓰지 않고 있던 맛있는 찻집을 우연히 발견한 기분이랄까?

너희가 모르는 곳에

갖가지 인생이 있다.

너희 인생이

둘도 없이 소중하듯

너희가 모르는 인생도

둘도 없이 소중하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모르는 인생을 사랑하는 일이다.

 

길거리를 지나다니다가 무심코 찰칵찰칵 찍어대는 사진 속 숨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작은 사건 하나 하나를 아주 감칠맛나게 이야기해주는 작가가 너무 좋다.

기저귀를 차고 6학년 교실을 벌벌 기어다니는 '기저귀'도 보이고,

밋짱을 경찰서에서 꺼내기 위해 대나무 잠자리를 날리는 아이들의 결의에 찬 얼굴도 보이고,

외톨이인 자신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비단뱀 우리에 들어가 토끼를 구해내는 가메야마 아저씨의 모습도 보인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봄에 날아오는 황사처럼 버석버석한 가슴을 가진 어른들도 함께 읽었으면 좋겠다.

 

*초등학교 3학년 이후가 적당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