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 멀리 와 있네
-임영조
어딘가에 떨어뜨린 단추처럼
어딘가에 깜박 놓고 온 우산처럼
도무지 기억이 먼 유실물 하나
찾지 못해 몸보다 마음 바쁜 날
우연히 노들나루 지나다 보네
다잡아도 놓치는 게 세월이라고
절레절레 연둣빛 바람 터는 봄 버들
그 머리채 끌고 가는 강물을 보네
저 도도하게 흐르는 푸른 물살도
갈수록 느는 건 삶에 지친 겹주름
볕에 보면 물비늘로 반짝이는 책
낙장없이 펼쳐지는 大藏經이네
어느 한 대목만 읽어도 아하!
내 생의 유실물이 모두 보이고
어영부영 지나온 산과 들이 보이네
내 마음속 빈터에 몰래 심어둔
홀씨 하나 싹트는지 궁금한 봄날
거룻배 노 저어가 찾고 싶은 날
오던 길 새삼 뒤돌아보면 이런!
나는 너무 멀리 와 있네.
*****
내 생에서 놓친 건 과연 어떤 것들일까?
내가 가야했던 길.
나와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
그리고 열정.
나도 내 생의 출발점에서 너무나 멀리 와 버렸다
돌아가기엔 늦었으니
지금 이 대목에서 다시 출발해야한다.
잃어버린 것도 많고
잊어버린 것도 많지만
남아 있는 그 생의 끝에서 또다시
놓친 걸 안타까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