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으로 띄우는 편지
-고두현
봄볕 푸르거니
겨우내 엎드렸던 볏짚
풀어놓고 언 잠 자던 지붕 밑
손 따숩게 들춰보아라
거기 꽃 소식 벌써 듣는데
아직 설레는 가슴 남았거든
이 바람 끝으로
옷섶 한 켠 열어두는 것
잊지 않으마.
내 살아 잃어버린 중에서
가장 오래도록
빛나는 너.
***
봄이 오고 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봄이 오면 어떤 특별한 일이 생긴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겨울에서 봄이라는 작은 변화가
내게 가져다 줄 약간의 설레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계절을 고루 맛볼 수 있다는 축복 속에
내가 좋아하는 계절은 가을과 겨울이었는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봄도 좋다.
그 생명 충만함이 더불어 나도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어서
참 좋다.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한 발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