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시아버님 제사를 지내는 게 처음에는 퍽이나 부담스럽더니 그것도 몇 해를 거듭하고나자

이골이 나서 이젠 혼자 장을 보고 음식을 하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다.

철저한 반복학습에 의한 효과다.

퇴근해서 부랴부랴 옷만 갈아 입고 나물을 볶고 전을 부치고 적을 굽고 하는 동안

엉덩이 한 번 바닥에 부려볼 새도 없이 세시간 반이 지나갔고

서 있는 일에 익숙하지 못한 내 다리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할 무렵에야 상을 차리는 일이 완료되었다.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는 게 그냥 나오는 말이 아닌게,

워낙 조금씩 장만해서 그런지 작년 같은 경우는 대략 10만원 선이면 해결할 수 있었는데

올해는 그걸 훌쩍 넘어 17만원 가량이 들어서야 장보기가 마무리 될 지경이니,

내가 작년에 안 한 새로운 음식을 올린 것도 아닌데 물가가 오르기도 참 많이 올랐다.

제사를 지내고 음식을 갈무리해서 냉장고에 넣다가 괜히 심술이 났다.

고사리는 드시는 것, 도라지는 안 드시는 것, 두부랑 동태전도 안 드시는 것,

적은 유별나게 돼지고기로 하라 이르시면서도 안 드시는 것, 조기도 안 드시는 것.

이렇게 안 드시는 것 투성이다보니 며칠 안 가 그대로 음식물쓰레기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럴 바엔 차라리 식구들이 먹는 음식으로 몇 가지 장만을 하고,

돌아가신 분이 좋아하시던 음식 한 두가지를 더 해서

깔끔하게 상을 차리는 게 낫지 않을까?

어릴 때 음식 버리면 벌 받는다는 교육을 받고 자라기도 했지만, 먹을 게 없어서 죽어가는 사람도 많은데

하느라 힘들고, 안 먹어서 버리고 하는 이중의 낭비는 정말 아깝다.

나중에 시어머니 안 계시면 내 맘대로 제사상을 차리리라 다짐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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